“어떤 책이든 3일 내 구해 빌려 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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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구 경동정보대학에 다니는 오진희(31·사회복지과2)씨는 얼마 전 학교 도서관이 보낸 휴대전화와 문자를 동시에 받았다. 신청한 책이 도착했으니 빌려 가라는 내용이었다. 오씨는 연락을 받기 이틀 전 도서관에서 ‘가족치료’와 ‘노인교육개론’ 두 권을 찾았으나 아예 등록돼 있지 않았다. 할 수 없다며 돌아서는데 도서관 직원이 찾는 책을 적어 달라고 요청했다.

오씨는 “이틀만에…진짜 빨리 연락이 왔다”며 “이제 필요한 책은 도서관을 통해 해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동정보대학 도서관이 찾는 책이 없을 경우 수요자에게 늦어도 3일 안에 대출해 주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출 서비스를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개선한 것이다.

이 대학 한문식(54·사진) 도서관장은 20일 “개인이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듯 인터넷과 택배시스템 등을 활용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희망도서 원스톱 대출 서비스’를 5월부터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단 한 권이라도 신청이 들어오면 도서관은 즉시 인터넷을 통해 주문한다. 주문한 책은 대구지역 서점이면 당일, 출판사로 넘어가면 2∼3일 안에 도착한다. 그러면 도서관은 곧바로 신청자에게 전화나 문자메시지 또는 전자우편으로 책 도착 사실을 알린다.

그동안 이 대학에서 희망도서를 빌리려면 통상 2주~4주가 걸렸다. 이곳뿐만 아니다. 국내 대부분의 대학 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은 지금도 없는 책을 빌리려면 통상 2주~4주가 걸린다. 대부분의 도서관은 희망도서를 신청받으면 일정기간(약 1주일 이상) 신청 물량을 모은 뒤 정해진 구매 절차에 따라 외부 업체에 주문하기 때문이다. 업체의 도서 수집도 1주일 이상 걸린다. 거기다 책이 도착해도 신청자 본인에게 도착 정보가 곧바로 전달되지 않는 실정이다.

경동정보대학 측은 이 시스템 구축에 5개월이 걸렸으며, 벌써 희망도서 100여 권이 신청 3일 안에 구입됐다고 설명한다.

한 관장은 “책은 필요할 때 바로 바로 볼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학생들의 등록금이나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도서관이 더이상 주객이 뒤바뀌어 운영되는 것은 이제 곤란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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