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8세 괴물’ 정찬헌 첫 선발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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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과의 경기에서 9회 역전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린 한화 송광민<中>이 후속 타자의 안타 때 홈을 밟은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 신인 정찬헌(18·LG·사진)이 날개를 달았다. 18세 고졸 신인이 선사한 올 시즌 두 번째 3연승에 김재박 LG 감독은 모처럼 환한 표정을 지었다. LG는 20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선발 정찬헌. 정찬헌은 7이닝 동안 단 2개의 안타만을 내주는 호투로 팀에 값진 승리를 안겼다. 자신은 3승째(2패)를 수확했다.

정찬헌은 단 한 차례 맞았던 위기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0-0으로 맞선 6회 말 삼성은 선두 타자 박한이의 안타와 조동찬의 희생번트, 크루즈의 볼넷 등으로 1사 1, 2루를 만들었다.

대기 타석에는 최근 삼성의 타선을 이끌고 있는 박석민과 최형우가 준비 중이었다. 한숨을 크게 내쉰 뒤 마운드에 올라선 정찬헌은 박석민을 유격수 땅볼, 최형우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상대 팀 막내의 역투에 말린 삼성은 8회 초 1사 3루 위기에서 투수 폭투로 결승점을 내주며 무릎을 꿇었다.

광주일고 재학 시절이던 지난해 대통령배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의 영광까지 안았던 정찬헌은 2차 1지명(계약금 3억원, 연봉 2000만원)으로 LG에 입단했고, 스프링캠프를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배워야 할 것이 많은 고졸 신인.김 감독은 “프로에서 통할 만한 구위를 갖췄다”고 평가하면서도 “선발로 나서는 것도 좋겠지만 더그아웃에서 선배들의 공을 많이 보는 게 더 좋을 수 있다”며 개막 직전 정찬헌의 보직을 중간 계투로 정했다. 프로무대 1군 마운드에 익숙해질 만한 6월께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시킬 예정이었다. 하지만 팀 사정은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에이스 박명환이 오른 어깨 부상으로 4월 25일 2군으로 내려갔고, 5월 12일에는 용병 투수 브라운이 퇴출됐다. 선발진에 공백이 생기자 김 감독은 정찬헌을 서둘러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시켰다.

정찬헌은 프로 첫 선발 등판한 14일 목동 우리 히어로즈전 6이닝 동안 1실점으로 호투했다. 비록 팀 타선이 침묵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선발로서의 능력을 입증했다. 그리고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는 마수걸이 선발승을 따내며 LG 마운드 재건의 핵으로 떠올랐다.

 한화는 잠실 두산전에서 0-2로 뒤진 9회 초 5점을 뽑아내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썼다. 광주에서는 롯데가 KIA에 2-3으로 패했다.

제주에서는 연장 11회 접전 끝에 SK가 정근우의 결승 3점 홈런에 힘입어 우리를 10-9로 꺾었다. 5시간13분 동안 진행된 이 경기는 올 시즌 최장 시간으로 기록됐다.

하남직 기자, 대구=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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