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의 경기에서 9회 역전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린 한화 송광민<中>이 후속 타자의 안타 때 홈을 밟은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中>
정찬헌은 단 한 차례 맞았던 위기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0-0으로 맞선 6회 말 삼성은 선두 타자 박한이의 안타와 조동찬의 희생번트, 크루즈의 볼넷 등으로 1사 1, 2루를 만들었다.
대기 타석에는 최근 삼성의 타선을 이끌고 있는 박석민과 최형우가 준비 중이었다. 한숨을 크게 내쉰 뒤 마운드에 올라선 정찬헌은 박석민을 유격수 땅볼, 최형우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상대 팀 막내의 역투에 말린 삼성은 8회 초 1사 3루 위기에서 투수 폭투로 결승점을 내주며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배워야 할 것이 많은 고졸 신인.김 감독은 “프로에서 통할 만한 구위를 갖췄다”고 평가하면서도 “선발로 나서는 것도 좋겠지만 더그아웃에서 선배들의 공을 많이 보는 게 더 좋을 수 있다”며 개막 직전 정찬헌의 보직을 중간 계투로 정했다. 프로무대 1군 마운드에 익숙해질 만한 6월께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시킬 예정이었다. 하지만 팀 사정은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에이스 박명환이 오른 어깨 부상으로 4월 25일 2군으로 내려갔고, 5월 12일에는 용병 투수 브라운이 퇴출됐다. 선발진에 공백이 생기자 김 감독은 정찬헌을 서둘러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시켰다.
정찬헌은 프로 첫 선발 등판한 14일 목동 우리 히어로즈전 6이닝 동안 1실점으로 호투했다. 비록 팀 타선이 침묵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선발로서의 능력을 입증했다. 그리고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는 마수걸이 선발승을 따내며 LG 마운드 재건의 핵으로 떠올랐다.
한화는 잠실 두산전에서 0-2로 뒤진 9회 초 5점을 뽑아내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썼다. 광주에서는 롯데가 KIA에 2-3으로 패했다.
제주에서는 연장 11회 접전 끝에 SK가 정근우의 결승 3점 홈런에 힘입어 우리를 10-9로 꺾었다. 5시간13분 동안 진행된 이 경기는 올 시즌 최장 시간으로 기록됐다.
하남직 기자, 대구=한용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