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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협약 대비해 전기요금 현실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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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13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2013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협상을 2009년 말까지 끝내기로 한 ‘발리 로드맵’을 채택했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이제는 더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1990년에서 2004년 사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은 69.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2013년 이후에는 온실가스 감축의무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구온난화 등 환경을 위협하는 온실가스 배출이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증가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의 비효율적인 에너지 소비구조에 기인한 것이다. 특히 온실가스 기여도가 가장 높은 전력부문의 낭비구조 때문이란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물가안정과 경제정책 지원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해 왔다. 지난 26년간 소비자물가가 207% 오른 반면 전기요금은 불과 5.5% 인상에 그쳤다. 전력요금 저가정책은 소중한 전력 소비 효율성의 문제를 가져왔다.

고유가와 온실가스 감축의무에 대비하려면 경제와 산업 전 분야에서 에너지 효율을 제고하는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돼야 한다. 무엇보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전력의 가격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해 경제 각 부문에 에너지 효율에 대한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전력의 원가상승에도 불구하고 물가안정을 위해 지나치게 전기요금을 규제하는 것은 시장을 왜곡시켜 향후 유엔 기후협약 발효 때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기요금 등 에너지가격이 시장에 정확한 시그널을 주는 가격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때 비로소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에너지 효율의 극대화가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총 연구개발비의 4%에도 못 미치는 에너지 분야의 연구개발비를 대폭 늘려 태양열·풍력 발전 등 재생 가능한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과 활용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선양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책연구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