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교육에 일류 브랜드를 입히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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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08년 세계경쟁력 연차보고서를 보면 한국 교육의 경제사회 요구 부합도가 조사 대상 55개국 중 대학교육 53위, 교육제도 39위로 나타났다. 싱가포르는 두 분야 모두 1위, 말레이시아·홍콩 등은 15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평등이냐 수월성이냐 하는 해묵은 논쟁에 빠져있는 동안 아시아 주변국의 교육이 훌쩍 커버린 것이다. 이제 아시아 몇몇 나라의 교육 수준은 한국을 뛰어넘어 세계와 어깨를 견주기 시작했다.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200대 대학순위에서 싱가포르대학이 33위, 싱가포르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은 8위에 올라있다. 이 학교 재학생은 세계 50개국에서 온 유학생들이다. 중국의 유럽비즈니스스쿨은 MBA스쿨 중 아시아 1위, 세계 10위에 올라있다. 홍콩대학은 18위며, 홍콩 과학기술대의 EMBA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의해 2007년 세계 최고의 우수 과정으로 선정됐다. 말레이시아·두바이·카타르 등도 최고 수준의 교육을 위한 정책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 중이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첫째, 국가적 교육전략이 분명하다. 싱가포르나 홍콩 모두 아시아의 교육허브가 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는 1997년 세계수준대학 프로그램(WCU)을 시작하였고, 2003년부터는 외국 대학과의 관계 증진 및 분교 유치 등을 위한 글로벌 스쿨 하우스(Global School House)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홍콩은 금융허브에서 물류허브로, 그리고 이제는 교육허브를 지향하고 있다. 이제 홍콩의 교육경쟁력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중국은 2003년 인재 강국 전략을 세우고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인 인재육성 정책을 펴고 있다. 대표적 정책이 고등교육의 일류화와 인재 확보를 위한 211 공정, 985 공정, 111 공정, 11.5 계획 등이다.

둘째, 교육을 브랜드화하고 상품화함으로써 외국 유학생을 확보하고 외국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국제적 교육인증자격 제도 및 외국의 유수 대학 학위인증제의 도입을 통해 교육의 질을 세계적 표준에 맞추고 있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외국의 대학에 가지 않아도 외국 유수 대학과 똑같은 코스의 강의를 듣고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 외국대학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21개 대학 분교가 세워진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날리지 빌리지, 카타르의 에듀케이션 시티 등도 세계 유수 대학을 끌어들여 글로벌 교육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교육을 국가전략산업의 하나로 육성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아시아를 뛰어넘을 교육 전략이 절실하다. 미래를 내다보는 교육의 청사진을 그리는 일이다. 우선 사회변화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미래형 인재양성 전략이 필요하다. 미래형 인재는 글로벌화한 세계에 적합한 국제형 인재, 다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은 복합형 인재, 서로 의사를 전달하고 협력하며 아이디어와 주장을 조리있게 제시할 수 있는 네트워크형 인재다.

선진교육 시스템 도입으로 우리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싱가포르·두바이·카타르 등이 추진하는 글로벌 교육 클러스터 구축이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 클러스터를 통해 유수한 대학의 교육 시스템 도입과 질 높은 교육의 제공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육을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간주해 브랜드화해야 한다. 현재 수많은 아이들이 외국 곳곳에서 조기유학을 하고 있다. 대학원도 외국에서 나와야 국내에서 실력을 인정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교육은 허울일 뿐 그 존재가치를 잃을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우리 교육을 세계에 내놓을 수 있도록 일류 브랜드로 육성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가는 길에 교육이 발목을 잡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구자억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