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新인간>5.시카고 CBS방송 김창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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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카고 직장인들이 출근준비로 바쁜 오전7시.가장 시청률이 높은시카고 CBS(채널2)에 낯익은 동양인의 얼굴이 나타난다.
이 방송국의 아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인2세 김창경(32)씨.시청자들에겐 리자 킴으로 더 유명한 앵커우먼이다.
올해로 방송경력 11년째를 맞는 김씨는 노스웨스턴대학원(저널리즘전공)을 졸업한 직후인 지난 85년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에있는 KCOY텔레비전에 입사,기자로 첫발을 내디뎠다.그 이듬해ABC텔레비전으로 옮겨 보조 앵커를 맡으면서 앵커활동을 처음 시작했고 지난 1월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로 일한 적이 있는 지금의 시카고 CBS로 옮겨와 앵커겸 기자로 활약중이다.
시카고 CBS(정식 명칭 WBBM-TV)는 뉴욕에 본사를 두고 미국내 전국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3대방송사의 하나인 CBS-TV의 자회사다.
유명 방송사인 만큼 소수계의 앵커 진출은 그만큼 더 힘들고 그래서 김씨의 성공은 더욱 돋보인다.김씨는 평일 오전7시부터 9시까지 방송되는 전국방송 프로그램의 일부로 시카고지역의 시청자들에게 뉴스 및 날씨.교통정보등을 알려주는 프로 그램을 진행한다. 미시간호수를 곁에 끼고 시카고시내 중심가에 자리잡은 CBS 건물에서 아침방송을 막 끝낸 그녀를 만났다.사무실로 들어서서 그녀의 책상 앞에 앉자마자 가장 먼저 지난 7월말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시카고 방문을 보도한 미국 신문기사 스크랩이눈에 들어왔다.그녀는 이 스크랩을 눈에 잘 띄게 정면에 붙여 놓았다.그 옆에 놓여있는 한복차림의 신랑신부 인형과 걸려있는 부채가 책상 주인의 면모를 한 눈에 알아 보게 한다.
김씨가 모국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또 우리말은 어느정도 하는지 궁금했다.
『알아들을 수는 있지만 말하는 건 서투릅니다.인터뷰도 한국말로 하고 싶지만 자신이 없어요.』 겉치레 인사말이 아니라 정말로 부끄러워하는 눈치다.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인2세지만 그래도 모국어는 당연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평소 우리말 배우기에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단다.
김씨는 비교적 우리말과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다.어릴때부터 부모를 통해 한국문화와 전통관습 등을 배웠고 우리말도주로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면서 익혔기 때문.
88서울올림픽 취재를 통해 김씨는 더욱 자신의 정체성을 보다선명하게 확인했다.특히 그해말 서울올림픽 취재로 기자생활중 가장 큰 의미를 지닌 「에미」상 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한 것도 수확중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미 국 방송계는 소수계인 동양인들에겐 문턱이 높기로 정평나 있다.더욱이 미국내 주요 방송사를 뚫고 들어가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중국계인 카니 정을 비롯해 몇몇 동양인 앵커들의 모습이 방송에 간혹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이 「이민선배 」인 중국계나 일본계다.이같은 불리한 여건에도 김씨는 미국내 3대 방송사의 하나인 CBS의 앵커로 당당히 발탁된 것이다.
늘 주위 동료들보다 한발 앞서 뛴다는 생각으로 노력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그녀는 활짝 웃으며 털어놓았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동양인 여성 앵커에 대한 이미지로 카니정을 생각합니다.그러나 동양인 여성 앵커들 모두를 카니 정의 이미지로 바라보는 것은 곤란합니다.』 그녀는 이같은 고정관념 때문에 동양인 여성 앵커들이 개인의 독창성이나 능력에 따라 인정받기가 무척 힘들다고 말한다.
그래서 김씨는 미국 사회에서 소수계들이 흔히 겪는 일이지만 그룹 전체가 대표적인 한 사람에 의해 평가받는다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김씨의 하루일과는 오전6시부터 시작된다.이때부터 7시에 방송되는 아침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9시에 방송이 끝나면 뉴스를 점검하거나 정오뉴스를 진행하는 날에는 바로 방송준비에 들어간다.오후에는 기자 신분으로 돌아가주로 바깥 취재를 나간다.보통 오후4시나 5시에 일이 끝나지만늦을 때도 많다.하루 10시간이 넘는 강행군이 다.그래도 그녀는 지칠줄 모른다.자신이 좋아서 택한 일이기 때문이다.사실 그녀는 현재의 위치까지 오기 위해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삐를 늦추기는 시기상조다.
그녀는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새로운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할수 있고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어 매력을 느낀다』고 말한다. 「앵커의 꽃」인 저녁뉴스의 고정 앵커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 더 늦기 전에 결혼해 가정을 이루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목표라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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