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사법처리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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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지원(朴智元)국민회의 대변인은 『국민정서야 「죽일 ×」아니냐』고 말했다.확인된 것만 1,000억원을 넘어서는 부정축재를한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을 가리킨 말이다.
최근 시중 여론은 그 이상이다.김윤환(金潤煥)대표가 꺼내본 사과→낙향 방식에는 코방귀를 뀌고 있다.차세대 전투기사업등 국가안보를 치부수단으로 삼아 변명의 여지가 없다.민자당이 그런 부담을 안고 어물쩍 처리하기는 쉽지 않다.
민자당의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은 『노씨가 5공 청산과정을 염두에 두고 흥정하려 할지 모르나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면서『한번 죽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민주계의 다른 핵심인사도 『사법처리는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민주당과 자민련은 애초부터 구속 수사를 요구했다.소환수사를 요구하던 국민회의도 여론의 바람을 따라 구속 수사로 당론을 바꾸었다.잇따라 비자금 계좌가 밝혀지면서 여론은 걷잡을 수 없게악화되고 있다.
민자당도 당무회의에서 비리가 드러나면 사법처리를 해야한다는 결의문까지 발표했다.
현재의 국민감정상 사법처리 이외의 길은 없는 듯싶다.
문제는 인신 구속여부다.그가 전직대통령이라는 점 때문이다.
검찰쪽에서는 가장 최선이 구속이 안되는 정도 아니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위의 결정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몫이다.
전직대통령을 현직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의 결정으로 구속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그에대한 사법처리는 김대통령 귀국이후가 될 수밖에 없다. 야당측도 구속한 뒤 사면하는 것은 크게 반대하지 않고 있다. 노 전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소환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구속을 염두에 둔다면 1차로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할 수도 있다. 노 전대통령은 소환조사전에는 자신의 입장을 먼저 밝힐 것으로 보인다.검찰을 통해 자신의 진술이 나오기 전에 사과하는 것이 순서이기 때문이다.한 검찰 관계자는 『인신구속은 어려운 것아니냐』고 말했다.『기껏해야 불구속기소나 기소유예 정도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민자당에서 나오는 강경발언도 노 전대통령이 구속을 피할 정도로 솔직히 전모를 밝히고 사과하라는 압력이라는해석이다.
이러한 사태를 피하려면 노씨가 해외망명의 길을 택하는 것인데이역시 김대통령에게는 부담이다.해외로 노씨를 빼돌렸다는 비판을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로는 선택의 폭이 거의 없어보인다.여권에서는 사법처리를 하되 인신구속은 면하게 하는 정도만이라도 될수 있다면 좋겠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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