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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미로찾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민우는 잠시 말을 끊었다.이런 생각에 이렇게 깊이 빠져들어도되는 걸까? 신과 악마는 우리 무의식의 핵심으로 잘못 빠져들면자기 팽창(Self-inflation)이 일어날 수 있다.그렇게 되면 과거 메시아 망상에 빠진 것 같이 ■ 다시 종교망상에사로잡힐 수 있다.그렇다면 이 얘기는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게 옳지 않을까? 상운은 흥미롭게 민우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민우는 고개를 흔들었다.기우(杞憂)다.나는 어젯밤 8시간의잠을 잤다.정신병에서 회복되고 난 후 민우가 자신의 정신건강을가늠하고 자신하는 유일한 길은 바로 잠이었다.
낮잠과 밤잠을 통틀어 잠만 8시간을 자고 나면 더 이상 정신병 발작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그 잠자는 동안에 무의식은 충분히 가라앉기 때문이다.정신병이 란 무의식이 떠올라 의식을 삼켜버리거나 해체해버리는 건데 무의식이 저 밑의 평온한 바다처럼 고요하다면 굳이 그것을 두려워해 매일같이 제사를 지낼 필요는 없다.자연이 고요할 때는 인간의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이름을 거룩하게 하옵시며 나라에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 지신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우리가 우리에게죄지은 자를 사해 준 것 같이 우리의 죄를 ■ 해주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대개 권세와 나라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니다.아멘.』 제대로 외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주기도문의 전문입니다.저는 이 기도문을 들으면서 얼핏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가 땅에 계신 우리 아버지가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땅에 계신 우리 아버지도 나에게 생명을 주고 일용할양식을 주고 끝없는 용서와 사랑을 주었으니까요.어떻게 보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보다 더 저를 사랑하셨지요.이 분이 돌아가셔서 영혼이 되면 그야 말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가 되는게 아닐까요.그 분은 자신의 생명이 나와 내 자손의 몸을 통해땅위에서 영원히 풍성하기를 바랄 테고 나는 그 분의 권세와 영광을 이 땅위에서 영원히 새기게 노력하는 존재이니까요.그렇다면아버님의 아버님,할아버지는 그 위의 영혼으로 더 이전의 하늘에계신 우리 아버지겠죠.그래서 저는 신과 영혼이 다른 존재라고는생각하지 않습니다.그게 다 그거죠.』 『그렇다면 천국과 연옥,지옥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도 정자들의 달리기로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사람이 열심히 살면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합니다.운명이란 곧 이미 결정된 코드,유전자일텐데요,그렇게 바뀐 유전자는 어떻게 다음 세대로 연결이 될까요? 그냥 감동이나 인상으로만 남 겨질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죽음으로써 영혼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그에 새겨진 운명,핵심적인 유전자의 흔적은 어떤 식으로든 다음 삶으로 연결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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