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파문 대수롭지 않다-외국 투자자 큰 동요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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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전직대통령의 비자금사건 파문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벌집 쑤셔 놓은 듯한데도 외국인투자자들이나 외국금융기관들은 별 동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외국인투자자들은 24일 근래에 보기 드물게 124억원의순매도를 기록했다.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외국인투자자들이 비자금파문을 의식해 주식을 파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인투자자들은 비자금 파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다카하시 요시미(高橋良巳) 노무라증권 영업부차장은 『현재의 파문이 오래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부종목을 팔기는 했지만 이는 한도가 소진돼 살 만한 종목이 없는 가운데 털어 버리고 싶은 종목을 판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 등 해외증시에 상장된 한국물의 가격이나 거래량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코리아펀드의 경우 23일 현재 가격이 21.75달러로 지난 16일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한전이나 포항제철의 주식예탁증서(DR) 가격도 소폭의 등락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비자금 파문의 사정권에 들어 있는 국내은행들 도 별 어려움 없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인기(白仁基) 상업은행 국제금융부장은 『외국금융기관들은 은행자산구조를 보고 돈을 빌려주는데 이번 사건으로 국내은행들의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등 자산구조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며 『국제시장에서 만기 하루짜리 (overnigh t) 자금을종전과 같은 금리수준(리보+0.18% 내외)으로 빌리고 있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스위스 현지법인의 박형용(朴亨庸)사장도 『국내는 어떨지 몰라도 이곳에서는 그저 해프닝 정도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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