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佛의 정치자금 운영 방법-일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일본에도 우리식의 「통치자금」개념은 없다.권력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는 대통령제와는 달리 일본의 의원내각제는 개인보다 정당을 중심으로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법정경비로 본다면 총리가 국정을 원만하게 운영하기 위해영수증 없이 쓸 수 있는 「관방(官房)기밀비」가 소극적인 의미의 「통치자금」에 해당된다.
관방기밀비의 정식명칭은 「내각관방보상(報償)비」로,내각법에 따라 예산에 편성돼있다.
94년도의 관방기밀비는 약 15억9,300만엔(약 128억원)으로 내각관방예산 66억8,970만엔 가운데 인건비(약 22억엔)에 이어 두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의 관방기밀비는 16억2,100만엔이다.
예산편성을 담당하는 일본 대장성 주계국(主計局)은 이 돈의 성격을 『국가가 국정을 원활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당면한 임무와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방법으로 기동적으로 사용하는 경비』라고 규정하고 있다 .
관리는 관방장관이 맡아하며,총리와 관방장관이 원만한 내각운영의 명분을 갖고 자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물론 회계검사원의 감사를 받은 적도 없다.
내각관방관계자에 따르면 관방장관실 칸막이 뒤쪽에 놓인 대형 철제금고 속에 항상 일정한 금액의 돈을 넣어두고 수시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기밀」이란 말 그대로 그 돈이 누구에게,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다.그러나 대부분 중요한 안건처리를 앞두고 여야당 국회의원을 설득하기위한 향응이나 「뒷돈」에 사용된다는게 일반적인 추측이다.
통치권자가 국정을 운영하는데 어쩔 수 없이 「근거를 댈 수 없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법으로 어느정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예산이 정한 한도내에서 개인적인 목적이 아닌 통치목적을 위해서만 쓸 수 있도록 틀을 정해놓았다.
총리가 바뀌어도 남은 돈은 전임자가 가져가는 법 없이 관방장관실의 금고 속에 고스란히 남겨두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