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베일 벗는 비자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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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비자금 액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러다간 당초 박계동(朴啓東.民主)의원이 주장했던 4,000억원에 도달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현우(李賢雨)전경호실장은 검찰에서 『신한은행에 예치된 통치자금은 모두 4개 계좌에 485억원』이라고 진술했다.
당초 3개 계좌 300억원보다 185억원이 증가된 금액이다.
이씨는 이중 120억8,000만원은 노씨의 퇴임을 전후해 쓰고지금은 364억2,000만원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실명제 이후엔 한푼도 빼내쓰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본사 취재팀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신한은행 본점 220억원의 차명계좌 역시 노씨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이 돈이 노씨 소유일 경우 지금까지 드러난 자금은 705억원이다. 이 돈은 금융실명제 실시 직후인 93년 9월에서 10월까지 국세청이 실시한 거액의 차명계좌 조사에서 밝혀졌으나 발표되지 않아 베일에 가려 있었다.
이어 신기하(辛基夏.국민회의)의원은 23일 국회에서 『노 전대통령의 비자금 319억원이 제일은행 석관동 지점에 예치돼 있다』고 밝혀 파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신의원은 『이 돈은 「장근상」이란 명의로 94년 8월17일 입금된 돈으로 계좌번호가 「227-20-030002」』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제일은행측은 『석관동지점은 23일 현재 수신잔고가370억원에 불과하고 외국어대 출장소까지 합쳐도 450억원밖에안되는 작은 점포』라고 밝혀 거액의 비자금이 숨어 있다는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계좌가 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은 실명제 위반이므로 답할 수 없다』고 밝혀 여운을 남기고 있다.
만약 신의원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밝혀진 노씨의 비자금규모는 이 전실장의 검찰출두 이후 하루만에 1,000억원을 넘어서게 되는 셈이다.
이와는 별도로 전직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중인 김원길(金元吉.
국민회의)의원은 노씨가 갖고있는 확인된 비자금만도 3,200억원이라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김의원은 최근 모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대검 중수부가 청와대 특명으로 수십명의 재벌총수와 관계자들을 불러 6공에 헌납한 정치자금을 조사했는데 이 과정에서 전직대통령의 3,200억 비실명 비자금계좌가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구체적 정보 있다” 김의원은 『이중 400억원은 실명제를 위반하면서까지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 가운데 200억원은 전직 대통령과 가까운 재벌기업이 자기회사 이름으로 실명화했다는 구체적 정보까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 이번 비자금 파문의 단초를 제공했던 박계동의원은 『4,000억원 비자금은 확실하다.검찰의 조사추이를 봐가며 확보된 증거를 추가로 폭로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이현우 전실장이 이날 새벽 검찰조사후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오간 내용도 추가 비자금보유설을 뒷받침한다는 분석이다.
이씨는 『명의를 빌려준 하종욱씨의 세금문제를 해결해줬으면 문제가 없었을텐데』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차명계좌인줄 알았으면 당연히 그렇게 했을텐데 최근까지 가명계좌에 예치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씨가 관리하는 노씨의 비자금이 혼돈스러울 정도로 많으며 별도의 가명계좌가 더 있을 가능성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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