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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타민] 횡단보도 사고는 무조건 운전자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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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조모(37)씨는 지난해 3월 소형 트럭을 몰다가 서울의 주택가 이면도로 횡단보도에서 임모(39)씨를 치었다. 중앙선이 없는 좁은 이면 도로로 좌회전을 했다가 술에 취해 길을 걷던 임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임씨는 다리 골절 등 전치 8주의 상해를 입었다. 검찰은 조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횡단보도 위에서 사람을 치었기 때문에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보행자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조씨의 변호인은 “횡단보도가 남북방향으로 설치된 반면 피해자 임씨는 동서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고 항변했다. 1, 2심 법원은 검찰의 기소가 잘못됐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피해자가 다치기는 했지만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던 게 아니므로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대법원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도 이 사건 상고심에서 공소기각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도로교통법상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는 때’는 사람이 횡단보도에 있는 모든 경우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도로를 횡단할 의사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경우에 한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였다면 가해자는 엄벌을 받게 된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정지신호를 무시한 채 횡단보도를 지나치다 보행자 2명에게 전치 3개월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한모씨에게 금고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가해자가 보행자를 과실로 다치게 하고도 보험처리에만 맡기고 사과와 반성의 모습이 없었던 만큼 실형으로 엄벌한다”고 밝혔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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