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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심’ 신지애 ‘괴물 신인’ 유소연 연장 끝 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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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혈투 끝에 여왕 자리를 지킨 신지애가 우승컵을 들고 웃고 있다. [KLPGA 제공]

여자 프로골프의 지존 신지애(20·하이마트)와 야심에 찬 신인 유소연(18·하이마트)이 장대비와 천둥 번개가 치는 들판에서 7시간을 싸웠다. 승자는 신지애였다.

18일 경기도 용인의 태영골프장(파 72)에서 끝난 태영배 한국여자오픈에서 신지애가 우승했다. 신지애는 최종 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 합계 3언더파로 유소연과 동타를 이룬 후 연장 세 번째 홀에서 이겼다.

유소연은 거물 신인이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2관왕이다. 특히 개인전에선 2위와 9타 차로 우승, 다른 선수들보다 한 수 위의 기량을 과시했다. 유소연은 당시 남자부에서 2관왕에 오른 김경태처럼 최고가 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프로로 전향했고 김경태처럼 국내 투어 데뷔전에서 우승했다.

지난달 데뷔전에서 우승하면서 유소연은 “지애 언니가 정상의 컨디션일 때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신지애는 호주와 미국 투어를 다녀오느라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는데 진검 승부를 해보고 싶다는 뜻이었다. 결투 신청이었다.

이날이 바로 그날이었다. 차가운 비와 천둥이 두 선수를 위협했지만 두 선수의 승부욕을 식히지 못했다.

신지애에게 두 타 앞선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유소연은 두려움이 없었다. 9번 홀까지 유소연은 2타를 더 줄여 4타 차 선두로 앞서갔다. 전반 9홀을 마쳤을 때 유소연의 얼굴엔 우승의 확신이 가득 찼다. 그러나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같다. 10번 홀에서 유소연은 버디 찬스에서 너무 과감하게 버디 퍼트를 하다 3퍼트로 보기를 했다.

그런 틈을 신지애가 놓치지 않았다. 11번 홀 프린지에서 퍼터로 버디에 성공했고 12번 홀에서도 다시 버디를 잡았다. 네 타가 순식간에 한 타 차로 좁혀졌다. 유소연이 이후 중압감 속에서 슬라이스를 내면서도 파를 세이브하면서 버텼지만 신지애는 17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결국 연장 세 번째 홀에서 파에 성공, 보기를 한 유소연을 제치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신지애는 “원래 천둥, 번개가 치면 집 밖에도 안 나가는데 오늘은 번개를 맞더라도 골프장에서 맞자는 생각으로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신지애는 올해 나타난 거물 신인과의 큰 싸움에서 승리하면서 여왕의 자리를 지켰다. 여러 나라 투어를 돌아다니면서도 올 시즌 국내 투어 3승, 일본에서 1승을 기록했다. 국내 투어 상금(2억5000만원)에서도 2위와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1위다.

그러나 지난해만 한 위용은 아니다. 지난해 신지애에게 2타 정도의 역전승은 식은 죽 먹기였다. 웬만해선 접전 같은 것을 벌이지도 않았다. 지난해 다른 선수들은 신지애가 나오면 우승을 포기할 정도로 겁을 먹었다.

올해 신지애는 우승을 하긴 하지만 매 대회 접전을 벌이며 우승컵을 안고 있다. 특히 퍼팅이 예전 같지 않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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