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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산골 축제’가 관광버스 280대를 당긴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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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일월산 산나물 축제에 참가한 관광객들이 산나물 뜯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람이 몰리면 돈이 몰린다. 돈을 벌려면 사람을 끌어오라’.

고속도로는 물론 왕복 4차로 도로도 없는 경북 영양군에 지난 주말 관광버스 280여 대가 들이닥쳤다.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열린 일월산 산나물 축제와 지훈예술제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온 사람이었다. 권영택 영양군수는 “영양군이 생긴 이래 이런 인파는 처음”이라고 했다.

덕분에 곰취·나물취·어수리 등 토속 산나물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음식점과 여관·찜질방에도 모처럼 손님으로 넘쳐났다. 건능농산을 운영하는 박재의씨는 18일 “준비한 산나물이 오전에 다 팔려 다시 산나물을 구하기 위해 급히 사람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매상이 지난해의 두 배인 2800만원으로 늘었다”며 즐거워했다.

권 군수는 올해 축제를 앞두고 외지 관광객을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직원들과 아이디어를 짜냈다. 다른 도시에서 오는 관광버스에 한 대당 50만원의 경비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이었다. 40명 이상을 태우고 최소 5시간은 머물러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최근 문을 연 빛깔찬 고춧가루 공장과 지훈예술제가 열리는 시인 조지훈의 고향 주실 마을, 이문열 문학관이 있는 두들 마을, 선바위 관광지 가운데 적어도 두 곳을 둘러보려면 5시간은 걸릴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군청 직원들은 서울·대구 등 전국 주요 도시의 여행사 230여 곳에 이런 사실을 알렸다. 이달 15일까지 관광버스 290여 대가 방문하겠다고 접수했다. 덕분에 음식점?여관은 일찌감치 모두 예약이 들어찼다. 영양군은 이후 충분한 주차 공간과 4t 가까운 산나물을 준비했다.

영양군은 버스 한 대에 50만원을 지급해도 ‘남는 장사’를 했다며 쾌재를 부르고 있다. 찾아온 관광객은 서울·인천·부산·대구·울산 등 대도시의 산악회나 아파트 부녀회, 문인 협회들이 많았다. 나이는 40대가 주류였다. 이들은 일월산의 청정 산나물을 맛 보곤 일인당 평균 3㎏, 4만5000원어치를 사간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최소 한끼의 식사를 했다고 보면 한 사람이 쓴 돈이 5만원은 됐다. 관광버스 300대를 기준하면 6억원의 매출이 발생하고, 여기에서 버스당 지원금 1억5000만원을 빼면 4억5000만원은 남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구 지역 산악회 총무를 맡고 있는 백무호(45)씨는 18일 관광버스 두 대를 대절해 회원 91명과 함께 왔다. 축제를 둘러 보고 점심을 먹은 뒤 오후엔 이 지역 울련산에 올랐다. 백씨는 “회원들이 축제를 구경하고 등산한 뒤 신선한 산나물까지 사게 돼 아주 만족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영양군 인구는 현재 1만9000여 명. 재정자립도는 8.9%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팔 것이라고는 고추와 산나물, 청정한 공기뿐이다. 관광버스를 타고 온 도시인 1만2000여 명이 사흘간 쓴 6억원은 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영양군은 올해 축제에 참가한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10만 명 늘어난 15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고춧가루와 고추장·산나물 등 특산물은 10억원 이상 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영양과 산나물 축제를 홍보함으로써 내년 이후 몰려들 인파까지 감안하면 직·간접 경제 유발효과가 이것의 몇배는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축제 사흘간 내리 관광버스를 몰고 온 홍상현(40) 삼성고속관광 기사는 “15년째 같은 일을 하지만 지자체가 지원하는 운행경비를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영양군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양=송의호 기자

일월면 지훈문학관 앞마당에서 열린 지훈예술제에서는 조지훈 선생의 시 ‘승무’가춤으로 재연되고 있다. 영양군은 이 행사에 사흘간 15만여 명이 찾아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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