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디지털족들, 코엑스몰서 노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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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인콤의 무료 체험관인 '아이리버 존'을 방문한 젊은이들이 최신 MP3플레이어로 음악을 듣고 있다.

서울 삼성동의 코엑스몰이 최근 첨단 정보기술(IT) 제품의 '종합체험관'으로 각광받고 있다. IT 업체들이 신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을 미리 점쳐보기 위해 IT 제품의 주고객인 젊은층과 해외 바이어들의 발길이 잦은 이곳에 잇따라 무료 체험관을 설치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LG전자.SK텔레콤.레인콤 등 국내 업체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MS).소니.애플.휼렛패커드(HP) 등 외국 업체까지 대략 20여 곳이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3일 코엑스 지하 2층에 MP3플레이어 업체 레인콤이 운영 중인 '아이리버 존'은 신제품 앞에서 각자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듣는 젊은이들로 가득차 있었다. 대학생 김명인(21)씨는 "친구들 사이에선 'IT의 미래를 체험하려면 코엑스몰로 가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라며 "다른 IT 체험관도 가까이 있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비디오게임기 시장의 라이벌인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함께 지하 1층에 마련한 게임존은 신세대 휴식공간으로도 인기가 높다. 소니와 MS의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2, X박스가 20대씩 설치돼 있고, 주말에는 각종 게임대회와 이벤트도 열린다. 경기도 분당에서 왔다는 김현식(38)씨는 "어린이날 선물로 아들(7)에게 사줄 게임기를 미리 살펴보러 왔다"며 "무료로 직접 게임을 하면서 제품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레인콤의 김동환 과장은 코엑스몰에 체험관 설치가 붐을 이루는 것은 "신제품 출시에 앞서 먼저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IT 강국답게 디자인이나 성능에 대한 국내 고객들의 평가가 날카로워 이를 반영하면 세계시장에서도 실패할 확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소니 관계자는 "게임존 외에도 1층에 디지털TV, 디지털카메라, MP3플레이어, PC 주변기기 등을 직접 써볼 수 있는 '소니 스타일'을 운영 중"이라며 "아시아에서는 일본, 대만, 한국의 코엑스몰에서만 운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의 소비자들은 IT 신제품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평가도 분명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코엑스몰에는 젊은층 대상 IT 체험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은 가전체험관을 이미 운영 중이고 SK텔레콤.LG텔레콤 등도 휴대전화 서비스 체험관을 잇따라 개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내에서 운영 중인 디지털플라자와 달리 이곳에서는 신제품 위주로 진열한다"며 "젊은이는 물론 각종 국제행사로 방한한 외국인들의 발길이 잦아 국내외 홍보를 겸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코엑스에선 연간 1000회 이상의 국제회의가 열리고 도심공항터미널이 인접해 있어 해외 바이어들까지 자주 찾는다는 것이다.

IT 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첨단 IT 제품은 기능과 서비스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며 "IT 제품의 사용법에 어려움을 겪는 중장년층에게도 체험관의 인기가 높다"고 지적했다. 코엑스의 오수영 과장은 "최근 LG싸이언(휴대전화), 케녹스(디지털카메라), HP(프린터) 등 유수 브랜드의 신제품 출시 행사도 열렸다"며 "IT 업체가 홍보는 물론 신제품의 테스트 마켓으로 코엑스몰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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