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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음인 가치주, 소양인 대형주가 찰떡궁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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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 32면

#1. 회사원 박모(41)씨는 자칭 ‘단타족(族)’이다. 상한가 테마주를 노려 귀를 쫑긋 세우고 부지런히 발품을 판다. 코스닥의 자원개발 1세대 종목인 지이엔에프(옛 헬리아텍)가 대표적이다. 파푸아뉴기니의 가스전 개발을 재료로 지난해 여름에 1000만원을 투입해 2200여 주를 4500원에 샀다. 그러나 지금 주가는 고작 800원대다. 후회는 않는다. 항상 백전백패였던 건 아니기 때문이다. 플래닛82와 메디포스트처럼 단타로 짭짤한 수익을 올린 때도 많았다.

내 몸부터 알아야 돈도 번다

#2. 반면 부서 후배인 김모(39)씨는 ‘펀더멘털족’으로 통한다. 실적과 비전을 꼼꼼히 따져서 1년에 한두 번만 우량주를 사고판다. 펀드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바닥권이라고 판단해 국내외 4개 펀드에 2000만원을 나눠 넣었다. 수익률은 꿀맛이다. 비슷한 시기에 LG전자 주식도 샀는데 80%가량 치솟았다. 물론 돈 안 되는 펀드며 주식을 마냥 묻어뒀다가 낭패를 볼 때도 많았다. 그래도 전체 타율은 7할쯤 된다.

김씨는 선배에게 “큰 그림을 보는 투자로 바꾸라”고 권하지만 우이독경이다. 거꾸로 박씨는 후배에게 “괜찮은 정보를 몰래 들었는데 투자하라”고 귀띔하지만 안 먹힌다. 두 사람은 10년간 ‘투자의 바다’에서 헤엄친 끝에 스스로 몸에 딱 맞는 영법(泳法)을 찾았다고 자부한다.

과연 사람에 따라 독특한 투자 체질이 있는 것일까. 한의학의 ‘사상체질(四象體質)’을 연구한 일부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말한다. 사상의학은 19세기에 동무 이제마 선생이 창안했다. 인간을 오장육부의 편차에 따라 ‘태양인·태음인·소양인·소음인’의 4개 체질로 나눈다.

‘사상의학 스타’인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체질개선클리닉의 김달래 교수는 “사상의학은 재테크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자기 체질을 알고 돈을 넣으면 실패 확률이 낮아진다”고 했다. 주가가 1년 새 천당과 지옥을 오가면서 유행만 좇는 오락가락 투자로 손해를 본 사람이 많다. 마침 투자의 계절이 돌고 돌아 시장이 슬슬 회복세다. 내 몸을 먼저 알아야 제2의 실패를 피한다.

태음인자신의 체질을 알려면 전문의를 찾아 자세히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체형·얼굴 생김새·식습관 등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그래픽 참조> 기자의 경우 서너 개를 빼고 대부분 태음인 항목이었다. 김달래 교수는 처음에 전화로 기자의 목소리만 듣고도 “태음인 같다”고 했다. 태음인은 한국 사람의 35%가량으로 가장 많다. 성향은 마부성침(磨斧成針)으로 요약된다.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드는’ 것처럼 끈기 있게 재물을 불리는 사례가 많다. 김 교수는 “‘태음인 며느리가 집안에 들어오면 부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며 “주식투자에서도 가치주와 우량주 같은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했다. 위 사례의 김씨와 비슷하다.

서형석 메리츠증권 상품운용팀 과장은 “태음인은 단기 테마주나 개별주 투자보다는 삼성전자·POSCO 같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눈길을 주는 게 좋다”고 했다. 6년 전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로 일할 때 톡톡 튀는 보고서로 유명했던 그는 ‘사상체질과 투자전략’을 연구하기도 했다. 그는 배당투자도 태음인에게 어울리는 전술로 꼽았다.
반면 태음인이 보완할 약점으로 ‘게으름’과 ‘탐욕’이 꼽혔다. 김 교수는 “게으름이 발동하면 예·적금의 만기 관리에 소홀하기 쉽고, 대출금·이자 갚는 일을 놓쳐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태음인은 너무 지나치게 돈을 모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건강에서도 외부와의 소통이 중요하다. 돈도 기부금 등으로 적절하게 밖으로 빼줘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Fn아너스 이촌지점의 이선욱 차장은 내 체질에 잘 걸리는 병, 잘 낫는 병의 저자 배철환 박사의 주장을 토대로 체질 투자학을 설명했다.
그는 장기 우량주 투자에 맞는 태음인의 기본 포트폴리오로 먼저 주식을 40%가량 권했다. 역시 가치주 중심을 추천했다. 주식형 펀드는 30%를 넣되 몰빵 투자보다는 여러 나라에 나눠서 돈을 넣으라고 권했다. 나머지 30%는 예금으로 적정한 비중을 유지하라고 했다.



소양인성질이 급하다. 귀가 얇고 부화뇌동하기 쉽다. 부풀려서 말하기도 좋아한다. 따라서 직접 주식투자엔 손대지 않는 게 돈 버는 지름길이다. 인구의 30%가량을 차지한다.
김달래 교수가 소양인이다. 그는 “증권사에 다니는 친구들 말을 믿고 직접투자를 7~8년 해봤으나 결국 펀드로 돌아왔다”고 했다. “2년 전쯤 펀드에서 돈을 빼서 다시 직접투자를 해 봤지만 결국 비싼 가격에 들어가는 우를 범했다”고 했다. 그때부터 세상이 바뀐다 해도 일편단심 펀드에만 돈을 묻어두기로 결심했다. 굳이 직접투자를 한다면 반드시 ‘목표수익률’을 정해 놓고 탈출하는 병법이 바람직하다.

이선욱 차장은 “주식을 장기 보유하지 않아 조금만 이익이 생겨도 팔아 치운 뒤 후회한다”며 “반면 종목을 잘못 고르면 손절매도 발빠르다”고 분석했다. 서형석 과장도 “소양인은 투자 정보에 민감하고, 수치 개념이 밝다. 큰 거래보다는 많은 종목을 편입하는 스타일이다. 아울러 거리낌없이 종목을 교체하는 뇌동매매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 차장 역시 김 교수의 경험처럼 펀드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권했다. 먼저 지수와 상관관계가 높은 정통 주식형 펀드에 40%를 투자하되, 변동성이 작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주식엔 20%만 넣고, 자산 안정성을 위해 예금과 채권에 40%를 편입하라는 것이다.


 
소음인제갈공명형이다. 빈틈없는 계산으로 적벽대전을 치렀던 것처럼 시장을 냉철하게 살피는 경향이 있다. 전체 인구의 30% 정도다. 소음인은 불안감을 많이 느껴서 시장이 흔들릴 땐 돈을 잃는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기 쉽다고 한다. “남들이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귀는 솔깃하지만 쉽게 손을 대지도 못한다. 이선욱 차장은 “주식 투자보다 은행 예금과 채권 같은 안전투자 스타일”이라며 “큰 손해가 두려워 철저하게 분산투자를 하기 때문에 크게 돈 벌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포트폴리오도 편안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확정형 상품 위주로 짜는 게 좋다. 예금과 채권형 상품을 60%로 크게 늘리고, 주가 변동성이 작은 선진국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30%)로 수익률을 보완한다. 주식은 삼성전자 같은 간판주를 10% 정도 넣는 게 바람직하다.

이 차장은 “소음인은 반대 체질인 소양인의 기질을 배워서 순발력을 키워야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며 주변에 소양인이 있으면 투자기법을 배워 따라해 보는 것도 좋다고 권했다.



태양인공격적이고 남성다운 지도자형·독재자형으로 꼽힌다. 용이나 사자에 자주 비견된다. 김 교수는 “통찰력이 뛰어나 다른 사람이 쳐다보지 않은 주식에 손을 대 많은 돈을 벌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치주보다는 정보기술(IT) 같은 성장주에 눈길을 주는 ‘위험 선호(risk-lover)’ 스타일이라는 얘기다. 인구 비중은 4% 정도로 미미하다. 서 과장도 “포트폴리오에 따른 ‘분산투자’보다는 ‘집중투자’를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단점은 ‘일확천금’을 노릴 때가 많다는 것이다. 마이너스 통장 신세를 지는 모습도 자주 관찰된다. 김 교수는 “태양인은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직접투자보다는 펀드 투자가 낫다.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태음인의 투자 전략을 모방하는 것도 좋다”고 권했다.

이선욱 차장은 “주식 비율을 최대로 유지해도 궁합이 맞는 체질”이라고 했다. 공격적 투자를 추구하는 성장주(50%)가 어울린다는 얘기다. 주식형 펀드도 브릭스 같은 신흥시장 위주로 30%를 넣고, 예금은 20%로 최소화하는 투자 꾸러미가 효과적이다.
다만 서형석 과장은 “사상체질 투자론을 적용할 때 여기에만 100% 의지해서는 안 된다. 확률이 큰 것은 맞지만 평소 게을리 했던 자신의 강·약점을 파악하고 보완하는 기회로 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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