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산물’도 등급 있어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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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 24면

식품이나 농산물과 관련된 각종 인증제나 표시의 내용을 잘 알아두면 요즘처럼 식품 안전이 문제가 될 때 큰 도움이 된다. 중앙포토

맞벌이 주부 김정아(33·서울 북아현동)씨는 요즘 장보는 데 부쩍 깐깐해졌다. 세 살배기 아들이 아토피성 피부염에 걸릴세라, 야채는 오래전부터 친환경 식품을 고집해 왔다. 하지만 식품 내 이물질 발견 파동에 이어 광우병과 조류 인플루엔자(AI) 뉴스 등을 접하다 보니 고기 한 근, 달걀 하나를 살 때도 어떤 제품인지 꼼꼼히 살펴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식품에 붙어 있는 각종 인증마크들을 볼 때마다 김씨는 무슨 의미인지, 얼마나 믿을 만한 것인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하기 일쑤다.

식탁 안전 지키는 깐깐한 엄마들의 장보기

식품 안전과 관련된 인증마크나 표시, 어떤 게 있을까.

먼저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이란 뜻의 ‘HACCP(해썹)’. 이 마크가 붙은 두부나 간장 등을 샀다면 위생·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품을 골랐다고 봐도 무방하다. 식품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최종 제품이 아닌 제조 공정에서 미리 찾아내 제거하는 시스템을 통해 생산됐다는 의미다. 식품회사는 그만큼 위생 시설이나 장비 마련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5월 현재 전국의 397곳이 식품의약품안전청(가공식품)이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축산식품)으로부터 HACCP 업소로 지정받았다.

두 사람의 역동적인 모습이 하트 모양으로 형상화돼 있는 ‘건강기능식품’ 마크도 믿을 만하다. 신약 허가를 받을 수준은 아니지만 간이 임상연구를 통해 식의약청으로부터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건강기능식품은 또 제품 광고를 하기 전에 건강기능식품협회로부터 사전 심의를 받게 돼 있으므로 ‘표시·광고 사전 심의필’ 표시도 함께 확인하는 게 좋다. 식의약청의 ‘GMP(우수건강기능식품 제조기준)’ 인증마크가 함께 붙어 있다면, 작업장의 구조·설비는 물론 원료의 구입부터 생산·포장·출하에 이르기까지의 전 공정에 걸쳐 체계적인 기준을 통과했다는 뜻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인증하는 ‘우수농산물 관리(GAP)’ 마크는 식의약청의 GMP와 비슷하다. 생산부터 수확 후 포장단계까지 농약·중금속·미생물 등의 위해(危害) 요소가 종합적으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 발생 시 이력을 추적하는 것이 가능하다.

친환경 농산물 마크를 단 식품은 다시 유기·전환기 유기·무농약·저농약 농산물로 분류된다. 유기 농산물은 농약·화학 비료를 3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논밭에서, 전환기 유기 농산물은 1년 이상 농약과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무공해 농산물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저농약 농산물은 농약을 기존의 절반만 사용해 경작한 농산물을 가리킨다.

그러나 유기 농산물 마크가 농약·화학비료 성분이 전혀 없다는 보증서는 아니다. 토양 중의 농약·화학비료 성분은 3년이 지나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주변 농지로부터 오염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마크가 아닌 ‘천연·자연·무공해·저공해·내추럴’ 등의 표시가 돼 있다면 과장·허위 광고로 볼 수 있다.
7월부터는 유기농 가공식품 표시도 선보인다. 유기농 원료가 95% 이상인 경우 제품명 자체에 ‘유기농’이란 표현을 쓸 수 있고, 제품 앞면(주 표시면)에 ‘유기농 ○○ 사용’이라고 표기할 수 있다. 유기농 원료가 70~95%일 땐 제품 앞면을 제외한 다른 면에만 ‘유기농 ○○ 사용’이라고 쓸 수 있다.

소비자들이 안전성에 대해 헛갈리는 경우가 ‘GMO’와 ‘방사선 조사식품’ 표시다. 유전자 변형 작물(콩·옥수수·콩나물)이나, 그것이 원료의 97% 이상인 가공식품은 GMO 표시를 하도록 돼 있다. 또 방사선 조사(照射)식품은 식품의 저장성을 높이고 식품 내 식중독균 등을 죽이기 위해 방사선(감마선)을 쬐어 준 식품을 말한다. 이러한 식품들이 사람의 건강에 해를 입힌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없다. 방사선 조사식품은 원전 사고·지하 핵실험 등에 기인하는 방사능 오염식품과는 완전히 다르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유통기한과 원산지 표시, 그리고 영양성분표에 쓰인 당·나트륨·지방·포화지방·트랜스 지방·콜레스테롤 함량을 확인하는 건 기본이다. 국산이 좋고 외국산은 질이 떨어진다는 단순 이분법은 옳지 않다. 다만 원거리 수송 중에 식품이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약품을 사용하거나 영양소가 파괴될 가능성은 있다. 또 호주산 소를 국내에 반입해 6개월 이상 사육한 뒤 도축했다면 ‘국내산 고기’로 표시한다는 점도 알아두자. 대신 괄호 안에 (호주산)이라고 함께 표기하도록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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