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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의 식품이야기] 몸의 독을 빼는 새콤한 체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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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 24면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새들에겐 때아닌 수난시대다. 이 ‘하 수상한’ 시기에 라틴어로 ‘새의, 새를 위한’이란 뜻의 과일이 제철을 맞았다. 바로 체리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체리는 대부분 미국 캘리포니아산이다. 캘리포니아산은 5월 말에서 7월 초까지, 체리의 일종인 버찌(체리의 절반 크기)는 대구·경주 등에서 5월 하순∼6월 초순에 나온다.

체리의 종류는 1000종이 넘는다. 크게는 단 체리와 신 체리로 분류된다. 단 체리의 대표 품종은 ‘빙(이 품종을 개발한 중국 노동자의 이름에서 유래)’ ‘나폴레옹’ ‘램버트’ 등이며 대개 생으로 먹는다. 신 체리는 주로 파이 재료로 사용한다. 그래서 신 체리를 파이 체리라고 부른다. 샤벗·리큐어에도 신 체리를 넣는다. 신 체리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모렐로’다. 영양이나 건강 면에선 신 체리가 낫다. 노화를 늦추는 항산화 비타민인 비타민C·베타카로틴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 있으면서 열량은 낮기 때문이다.

체리는 살구와 더불어 인류가 가장 오래전부터 길러온 과일이다. 재배의 역사가 BC 3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로마시대엔 약으로 썼다. 독소를 제거하고 신장(콩팥)을 정화하는 용도였다. 서양의 민간요법에서 체리는 통풍 치료제다. 관절염의 일종인 통풍으로 인한 통증·부종을 덜어준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체리를 즐겨 먹으면 통풍의 원인인 요산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퇴행성·류머티스성 관절염 환자에게도 권할 만하다. 껍질 성분(붉은 색소)인 안토시아닌에 소염 효과가 있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은 최근 체리의 소염 효과가 아스피린의 10배에 달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암 예방 식품으로도 주목된다. 미국인은 스테이크나 햄버거에 체리를 흔히 곁들인다. 붉은 색이 식욕을 자극하며, 항산화·항암 성분인 안토시아닌이 암을 예방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특히 고기를 구울 때 생기는 발암물질(검게 탄 부위)을 줄여준다고 믿는다.

영양적으론 칼륨과 식이섬유 공급 식품이다. 혈압을 조절하는 칼륨은 단 체리나 신 체리 모두에 풍부하다. 또 펙틴 등 수용성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다. 혈압·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에게 체리를 추천하는 것은 이래서다. 비타민C의 함량은 일반인이 기대하는 것보다 적다. 열량은 그리 높지 않다(100g당 국내산 60㎉, 미국산 66㎉, 체리 통조림 74㎉). 다른 과일들과 엇비슷하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 간식용으로 즐겨도 부담이 없다.

단점은 수확 기간이 짧고 과일 중에서 보존성이 가장 떨어진다는 것이다. 7월 중순만 돼도 방금 나무에서 딴 체리는 구하기 힘들다. 체리의 짧은 수확기가 지나면 체리 통조림·설탕 절임·잼 등으로 만족하거나 이듬해 5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시중에서 산 체리는 물에 씻지 말고 봉지에 담아 냉장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로 미리 씻어 놓으면 맛·신선도가 떨어진다. 냉장고에 넣어 차게 보관하면 맛·단단함이 오래 유지되지만 단맛을 더하려면 먹기 전에 실온에 꺼내두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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