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주인 운명 따라 ‘로열방’ 갈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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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호 10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측근인 이정현 당선인은 18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의원회관의 방 하나를 마음속에 찍어뒀다. 박 전 대표 사무실(545호)과 마주 보는 525호실. 하지만 이 방을 탐내는 중진이 즐비하다는 걸 알고 꿈을 접었다. 이 당선인은 “박 전 대표 사무실 바로 아래층(445호)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왜 525호에 대한 경쟁이 치열할까.

18대 개원 앞두고 의원회관 명당 경쟁

의원회관이 문을 열던 1990년부터 일해온 김형오 의원실 고성학 보좌관은 “국회 앞마당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5∼7층 전면 사무실은 의원회관의 ‘로열층’으로 꼽힌다”며 “경관이 안 좋은 측면쪽 방을 쓰던 초·재선 의원들이 ‘로열층’에 방이 비면 다들 탐을 낸다”고 설명했다.

18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방 배정이 이뤄지는 요즘 의원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국회 사무처는 의원 방 배치를 각 당에 자율적으로 맡긴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방을 찍는 경우도 있다. 총선에 떨어진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의 측근인 김용태 당선인은 이 의원이 쓰던 338호를 신청했다. “내가 있어야 이 의원이 돌아올 때 방을 비워줄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을 배출한 방은 명당으로 꼽힌다. 이명박 대통령이 15대 때 썼던 312호를 물려받은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은 4선에 성공했다. 정 의원은 “나는 생일(12월 18일)도 이 대통령(12월 19일)과 하루 차이인 인연이 있다”고 말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썼던 638호를 이어받은 김성조·서상기 의원도 이번 총선에서 나란히 당선됐다.

반면 방 주인이 불운을 겪으면 방의 인기 역시 떨어진다. 재임 중 타계한 모 의원의 사무실은 후임자가 들어오지 않아 현재 ‘안내인 대기실’로 사용되고 있다. 444호를 쓰던 정종복 의원이 의외의 낙선을 하면서 ‘4’자 징크스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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