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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Review] 1000원짜리 막걸리가 명품인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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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윤광준이 꼽은 생활명품들. 사진 왼쪽부터 미군수품인 미로 휴대용 주전자, 장수막걸리, 필립스 아키텍 면도기. “고단하고 힘든 노동을 주흥으로 반전시키는 놀라움”(장수막걸리) 등의 미덕을 갖추고 있다.

윤광준의 생활명품
윤광준 글·사진, 을유문화사
352쪽, 1만2000원

사람이 명품이다. 그걸 만든 장인의 집념, 사용자를 생각한 배려, 고민하고 망설이다 그 물건을 선택한 사람의 애정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명품엔 사람과 시간, 사연이 담겨있다. 사진가 윤광준(49)은 말한다. “명품보단 명품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라. 명품 인간은 입고 먹고 쓰는 물건 모두를 명품으로 만든다.”.

흔히 명품 하면 해외 유명 브랜드를 떠올린다. 윤광준이 꼽는 명품은 다르다. 1000원짜리 장수막걸리부터 6개에 1만원짜리 예나글라스 유리잔, 600만원 대 브라이틀링 시계와 2000만원에 달하는 코지다운 이불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60가지 물건은 모두 그가 직접 고르고 긴 시간 아끼며 사용한 것들이다. 이름하여 ‘생활명품’이다.

물건에 대한 예찬은 생활의 멋, 삶의 경구가 된다. 한갓 포스트잇을 사용하며 그는 “무릇 모든 물건은 필요해서 만들어진다. 여기에 감동을 더해야 좋은 물건”이라며 감격한다. 수만㎞를 함께 여행한 샘소나이트 하드케이스를 쓰다듬으며 “물건에 시간이 깃들어 있지 않으면 애정이 있다고 말하지 못한다. 애정은 함께한 시간이 만들어준 선물일 테니”라고 속삭인다. 책은 60개의 물건을 ‘격’ ‘비일상’ ‘철학’ ‘안목’ ‘아날로그’ 등 8가지 주제로 묶었다.

저자는 말한다. “넘쳐서 외려 빈약한 이 시대의 쓸쓸한 자화상을 물건을 통해 보았다. 세상은 여전히 소통을 원하며 입바른 소리를 하는 내게 주목했다.” 책이 빛나는 건 바로 이 지점이다.

책은 중앙SUNDAY에 1년간 연재한 칼럼을 묶었다. 가격·구입법 등 정보도 보탰다. 그의 글을 읽고 딱 한 번 ‘지름신’이 내린 적이 있다. ‘감아 쥐면 여성이 느껴진다’라는 육감적 제목으로 필립스 아키텍 면도기를 칭찬한 글(2007년 12월 30일자)이었다. 그 길로 백화점에 가 남편의 무뎌진 면도기를 새 걸로 바꿔줬다. 고백할 게 있다. 그때 기자가 정말로 사고 싶었던 것은 면도기가 아니었다. 심상하게 사용하는 생필품마저 경이로운 작품으로 바꾸는 그의 안목과 글재주였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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