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北美합의 1년-한국의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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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국정부는 제네바 북-미합의 1주년을 의구심과 안도감이 뒤섞인 복잡한 심정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이란 급한 불은 껐지만 핵문제의 본질 자체가 해결된 것은 아니며 언제 어디서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제네바 합의에 대해 정부가 그래도 평가하는 대목이 있다면 핵동결 유지 부분이다.물론 이 부분도 우리로서는 100%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당초 우리가 내세웠던 북한핵의 과거사 문제가 아직 말끔하게 규명되지 않은 데다가 언제라도 핵동 결이 깨질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 제네바 합의의 남북대화 부분도 제대로 이행이 안된 상태다. 우리 정부가 제네바 합의에 대해 가장 못마땅하게 여기는 부분은 합의내용 그 자체보다 문제해결 구조다.제네바합의를 단순화시켜 말한다면 핵동결과 경수로를 맞바꾼 것이다.문제는 이 합의의 주체는 북한과 미국인 반면 한국은 뒷돈을 대는 물주(物主)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나웅배(羅雄培)통일부총리는 이와 관련,지난 4월21일 『한국의 참여가 배제된 채 미국 의사를 따라가는 현 구도는 깨져야 한다』고 제네바합의와 미국을 비판한 바 있다.
정부는 이런 문제의식 아래 경수로공급 협상 채널을 북-미에서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북한으로 바꾸었다.
이에 따라 한국대표인 최영진(崔英鎭) KEDO 사무차장이 협상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됐지만 그에 따른 새로운 부담도 예상된다.예전엔 미국이 북한과 합의한 내용을 거부할 수 있었으나이제는 그런 여지가 없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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