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구촌이색문화공간>23.멕시코과달라하라市카바냐스문화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8면

멕시코 제2의 도시인 과달라하라시 심장부 타파티야 광장에 자리잡은 카바냐스 문화원.고색창연한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물 외벽에 낀 돌이끼가 이곳의 오랜 역사와 풍파를 대변해 준다.『멕시코미술 최고의 걸작품이 있다』는 안내원의 말을 듣 고 「세련된조각이나 난해한 추상화겠거니」라고 짐작한 예상은 건물본관으로 들어서는 순간 여지없이 깨진다.
널찍한 본관에는 15개의 평상이 놓여있다.관람객들은 여기 누워 「멕시코의 최고 걸작」을 감상한다.거장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1883~1949)의 39년작 천장화『불의 인간』.손거울로 그림을 비춰보는 이들도 있다.사방 벽면에도 굵 은 필치가 살아 꿈틀거리는듯 생동감 넘치는 오로스코의 벽화가 가득하다.
『멕시코는 벽화의 나라입니다.대통령궁을 비롯,각 도시의 관공서.대학.박물관.호텔등 주요건물의 벽면 자체가 거대한 캔버스예요.1920년대 멕시코혁명 사상을 전파하기 위해 시작돼 50여년간 이어진 대벽화(무랄)운동의 산물입니다.수천점 의 벽화중 오로스코의 그림이 단연 으뜸이죠.』 할리스코주 문화성에 근무하는 로드리게스 코로나(35)의 설명이다.『불의 인간』으로 카바냐스 문화원은 이 도시의 가장 큰 자랑거리가 됐다.그러나 100만 과달라하라 시민들이 이곳에 애착을 갖는 것은 비단 이 그림때문만은 아니다.문화 도시로 자부심 높은 과달라하라 시민들의「문화사랑방」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문화」라고 이름붙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전시.공연.영화상영.연주회가 이곳에서는 연중 무휴로 벌어진다.뿐만 아니라 단순히 보고 즐기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배우고 참여하는 기회도 제공된다.인근의 오페라하우스 데고야도 극장의 공연 일정을비롯,할리스코주의 문화행사에 관한 모든 정보도 이곳 행정실에서쉽게 접할 수 있다.
본관 밖으로 나가 ㄷ자형의 회랑을 따라가면 모두 106개의 강의실.실습실을 둘러볼 수 있다.밤늦은 시간에도 발레.민속무용.회화.공예.사진.연극등을 배우려는 수강생들의 열기가 넘친다.
그도 그럴것이 명문 과달라하라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강사진이 멕시코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수강생들의 연령.계층도 어린 중.
고생에서부터 주부.노인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본관 뒤편의 공연장에서는 매주 수요일밤 민속무용 공연이 열린다.멕시코 각 지방의 정열적인 민속무용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있는 이 공연은 과달라하라를 찾는 관광객들의 필답코스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카바냐스 문화원은 당초 고아원으로 지어져 170여년동안 고아원으로 사용되던 곳이다.이 건물이 세워진 것은멕시코 독립전쟁이 한창이던 1810년.스페인의 지배에 항거한 독립군에 대한 탄압이 극심했고 독립운동의 중심지 였던 과달라하라 거리에는 고아들이 넘쳐났다.이를 보다못한 스페인 출신의 카바냐스 신부가 독지가들의 기금을 모아 멕시코 최대의 고아원을 세우고 「자애의 집」이라고 명명했다.
고아원에서 오늘날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은 지난83년.할리스코 주정부가 유서깊은 이 건물을 과달라하라의 문화원으로 개조하기로 결정했다.
『주정부의 방침에 따라 3,000여명의 고아들이 울면서 쫓겨나갔어요.다행히도 한 아랍인 독지가가 딱한 사정을 듣고는 근교에 새로운 고아원을 세워 모두 그쪽으로 옮겨갈수 있었죠.』 카바냐스 문화원은 비록 고아들의 원성속에 출발했지만 짧은 세월동안 멕시코를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과달라하라로 가려면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해 수도 멕시코시티로 들어가야 한다.
멕시코시티에서 과달라하라까지는 국내선 항공편으로 1시간이 걸린다.과달라하라 시내에서는 지하철 센트로역에서 내리면 눈앞에 카바냐스 문화원이 보인다.주위에 시청.법원을 비롯한 관공서와 데고야도 극장.마리아치 광장.리베르타드 시장등 관 광명소가 밀집해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