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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에살고재산도키우고>강원 홍천군 개야리 박재호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이제 웬만한 시골에서도 최소한 지방도(광역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간선도로)급 이상의 도로라면 흙먼지 풀풀 나는 비포장길은 찾기 힘들게 됐다.
그만큼 산골길이 잘 닦여 있다.
특히 주요 간선도로는 이미 포장단계를 지나 4차선으로의 확장을 추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2~3년전만 하더라도 서울 근교 지방도로 중에는 비포장길이 꽤 많았다.
박재호(朴在鎬.60)씨가 제2의 고향으로 뿌리를 내린 강원도홍천군서면개야리에 집을 짓고 정착한 93년7월 까지도 이곳 길은 자갈길이었다.
전원주택 컨설팅업체인 랜드센서((02)521-4989)에서 지난 88년께 이곳을 추천했을 때만 해도 그는 『이런 산골에다누굴 귀양보내려고 그러느냐』며 화를 벌컥 냈다.
그러나 「흙을 밟고 들어가서 시멘트를 밟고 나와야 재산이 된다」며 권하는 통에 묻어두는 셈치고 2,000만원을 들여 대지130평(평당 8만원),밭 260평(평당 4만원)을 사두었다.
그때는 정년퇴직을 몇년 남겨두고 있을 때라 기다리다 보면 길도 새로 닦일거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몇번 답사를 다니다보니 산수가 워낙 수려했기 때문이었다.
백담사에서부터 내려온 홍천강 맑은 물이 바로 앞을 흐르고 있고 종자산 자락이 강줄기를 따라 치마폭처럼 펼쳐져 있는 모양새가 그대로 한폭의 산수화였다.
산수가 수려하기로는 수도권에서도 빠지지 않는 용인이 고향인 그였지만 정년퇴직후 돌아갈 곳으로 고향이 아닌 이곳을 선택할 만큼 경치가 빼어났다.
그 후 틈날 때마다 이곳에 내려와 정을 들이다 퇴직을 목전에둔 93년5월 약3,900만원을 들여 건평 35평(방 5개)규모의 집을 짓기 시작했다.
길은 아직 황톳길 그대로였지만 어차피 현지에 내려와 정착할 계획이었으므로 바깥세상으로 나다니는 길이 어떻든 무슨 상관이랴싶었다. 열악한 도로사정에도 불구하고 산수가 워낙 수려하다보니입에서 입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져 주말이면 강변이 휴양객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었으므로 민박집을 할 요량으로 방을 넉넉하게 만들었다. 퇴직금을 몽땅 털어넣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셈이었다. 밭 한귀퉁이에 닭장을 만들어 토종닭을 구해 기르며 닭백숙 요리를 개발하고 홍천강에서 나는 쏘가리등 민물고기 매운탕 요리를 마을사람들에게 배웠다.
단풍이 절정인 요즘은 물론이고 물놀이가 시작되는 오뉴월부터 주말에는 예약손님 아니면 받지 못할 정도로 단골이 늘어났다.
지난해 마을 앞길이 말끔히 포장된데다 15분 거리에 대명스키장이 들어섰고 역시 15분 거리에 팔봉산이 자리잡고 있어 이곳이 중간거점 구실을 하게 된 것이다.
양평.청평.홍천.춘천 사방이 똑같이 70리 길로 어디를 가든왕래가 편한 것도 살면서 알게 된 이곳의 장점이었다.
땅을 소개해준 사람들 말대로 흙을 밟고 들어가 시멘트를 밟고다니는 덕분에 땅값이 꽤 오르기도 했지만 퇴직후 노년을 걱정하지 않고 살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이곳이 그저 고맙고 정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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