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학이 뜬다] 7. 타이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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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 근교의 소도시 베데스타. 이곳엔 미국 생명과학 연구의 총본산인 국립보건원(NIH)이 있다. 본지 취재팀은 지난 1월 중순 NIH 산하 국립보완·대체의학센터(NCCAM)와 임상센터(CC)를 방문했다. 취재팀은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만성질환인 관절염에 질문의 초점을 맞췄다.

NCCAM의 마이클 콴 박사는 "중국의 타이치(太極).기공(氣功), 일본의 레이키(靈氣 : 기의 조작을 통한 치료) 등이 관절염 치료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중 타이치(태극권 변형)는 미국에서 M D 앤더슨 암전문병원 등에서 환자에게 활용할 정도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보완요법이다.

◆타이치는 내적인 무술=NIH의 메인 빌딩인 임상센터는 올해로 문을 연 지 51년 된 대형 종합병원. 취재팀이 방문한 날, 병원 15층에 있는 체육관에선 20여명의 환자들이 전문 치료사와 함께 타이치 동작을 익히고 있었다.

환자들이 타이치를 배우는 목적은 각기 달랐다. 12년째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고생해온 조나스(44)는 "타이치를 시작한 지 3개월 됐다"며 "관절이 유연해지고, 통증이 서서히 줄어드는 것 같다"며 밝은 표정이다. 스트레스를 풀고, 늘 긴장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타이치와 인연을 맺었다는 50대 중반의 우울증 환자도 있었다.

타이치 치료사 맥브라이드는 "태권도.가라테가 외적인 무술이라면, 타이치는 내적(內的)인 무술"이라며 "타이치는 기의 순환을 도와 관절염 치료에 도움을 준다"고 평가했다.

◆관절염에 좋은 이유='관절을 쉬게 하고 아낀다'는 이유로 운동을 중단하는 것은 잘못이다. 임상센터 내과전문의 앤더슨 박사는 "관절염 환자가 운동을 하지 않으면 관절 주위 뼈.연골.근육 등이 약해져 병이 더 심해질 수 있다"며 "수영.타이치 등 자기에게 잘 맞는 운동을 골라 꾸준히 하라"고 당부했다. 적당한 강도의 운동을 하면 통증이 경감되고 관절이 뻣뻣하게 굳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타이치를 관절염 치료에 처음 활용한 사람은 호주의 중국계 의사 폴 램 박사. 그가 개발한 관절염 환자용 타이치는 12개 동작으로 이뤄져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인 '관절염 극복법'에서 "타이치가 관절염 환자의 근육 강도.스태미나.심폐기능을 올려 준다"고 기술했다. 타이치를 하면 '몸 안에서 생성되는 천연의 진통제'인 엔도르핀이 활발하게 분비돼 통증이 줄어든다고도 했다. 타이치는 또 명상처럼 심신 이완 효과가 있어 관절염 환자의 스트레스.통증을 덜어준다.

타이치가 관절염 환자에게 유익하다는 국내 논문도 있다. 한양대 류머티스 내과 배상철 교수팀은 '류머티스학 저널'(2003년 9월)에 퇴행성 관절염 환자 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논문을 발표했다. 12주간 타이치 운동요법을 실시한 결과 통증.관절의 뻣뻣함.일상 생활의 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것.

배교수는 "타이치는 퇴행성과 류머티스성 관절염 환자 모두에게 유익하다"며 "적어도 주 3회, 한번에 20분 이상 해야 효과를 본다"고 설명했다.

임상센터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존스 홉킨스병원의 연구팀은 타이치가 혈압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12주 동안 타이치 운동을 한 사람들의 수축기 혈압이 평균 7 낮아졌다는 것이 연구의 핵심 내용이다. 이는 관절염 환자가 무릎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조깅 등 유산소 운동을 12주간 꾸준히 해야 얻을 수 있는 혈압 강하 효과다.

◆주의할 점도 있다=관절염 환자는 타이치를 시작하기 전에 주치의나 물리치료사에게 반드시 통보해야 한다. 절대로 취해선 안되는 동작의 목록을 받기 위해서다. 본운동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하는 것도 잊어선 안된다.

타이치는 늘 즐겁게 해야 하며, 무리하거나 급작스러운 동작을 취하는 것은 금기 사항이다.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의 경우 상태가 너무 나쁘면 타이치를 해도 괜찮은지 담당 의사와 미리 상의해야 한다. 배교수는 "가볍거나 중등도의 관절염 환자가 타이치의 주 적용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베데스타=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