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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선거 빚 갚으려 완주 고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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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13일(현지시간) 미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열린 민주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게 압승을 거뒀다. 힐러리는 67%를 득표해 오바마(26%)를 가볍게 누르고, 28명의 대의원 중 20명을 차지했다(98% 개표 현재). 지금까지 힐러리가 가장 큰 승리를 거둔 아칸소주 경선(득표율 70%)에 근접하는 기록이다.

그러나 오바마가 크게 앞서고 있는 경선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승리로 힐러리는 오바마와의 대의원 격차를 178.5명에서 166.5명으로 줄이는 데 그쳤다. 이날 오바마는 대의원 수를 1875.5명에서 1883.5명으로, 힐러리는 1697명에서 1717명으로 각각 늘렸다.

◇오바마 대세론에 힘겨운 제동=웨스트버지니아 주민 중엔 백인이 95%를 차지한다. 또 힐러리 지지세력으로 꼽히는 60세 이상 노년층과 고졸 이하 노동자층이 각각 25%에 달한다. 연소득 5만 달러 미만 가구가 50%를 넘는 가난한 주이기도 하다. 도시지역이 전무한 점도 오바마에게 치명타를 안겼다. 힐러리는 경선 직후 “오바마보다 내가 더 강력한 후보”라며 “1916년 이래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이기지 않고 대통령이 된 민주당 후보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향후 전망=앞으로 경선 일정은 켄터키와 오리건(20일), 푸에르토리코(6월 1일), 몬태나와 사우스다코타(6월 3일) 등 5곳이 남았다. 이들 지역은 경선으로 선출되는 대의원이 각각 60명 미만이다. 힐러리가 전승한다 해도 오바마를 앞서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힐러리는 아직까지 어느 후보에게도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수퍼대의원 250여 명을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오바마는 지난주에만 약 30명의 지지를 이끌어낸 반면, 힐러리는 2명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13일에도 민주당 전국위원장을 지낸 로이 로머 전 콜로라도 주지사 등 4명의 수퍼대의원이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힐러리 캠프 내부에서도 “이변이 없는 한 힐러리는 6월 3일 경선을 끝으로 물러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힐러리가 완주 고집하는 이유=이날 로이터 통신은 힐러리가 패색이 짙음에도 경선 완주를 고집하는 데는 8가지 이유가 있다고 보도했다. ▶힐러리가 이긴 플로리다와 미시간주 경선 결과를 당 지도부가 막판에 인정해줄 가능성(2개 주는 당 방침을 어기고 조기에 경선을 열었기 때문에 결과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 ▶경선 전체 득표수에서 오바마를 눌러 더 많은 수퍼대의원 확보 ▶켄터키와 푸에르토리코 경선까지 완주해 자신의 모든 가능성을 소진했음 확인 ▶오바마가 또 한번 결정적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 ▶오바마가 자신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토록 압박 ▶경선 기간 중 진 2000만 달러의 빚 상환 ▶경선 중 손상된 자신과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 시도▶ 상원에서 지도적 입지 확보 등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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