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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홈뉴패밀리>14.법적 부부 기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결혼식은 OK,혼인신고는 NO」.
급증하는 20대 이혼율,실리 중심의 사고방식,여성들의 사회참여 바람이 가짜(?) 부부를 양산하고 있다.만인의 축복속에 결혼식은 올렸지만 정작 중요한 법적 절차인 혼인신고는 미루고 사는 신세대 커플이 부쩍 늘고 있는 것.
정신과 레지던트 김모(29)씨와 변호사집 외동딸 박모(25)씨는 지난 봄 중매로 만나 푸짐한 혼수를 주고 받으며 화려한 결혼식을 치렀다.
그러나 알부자로 소문난 시댁에서 당연히 집 한채와 함께 분가시켜줄 것을 기대했던 신부는 결혼후 시댁인 68평아파트로 들어가게 되자 내심 실망을 금치 못했다.
「처음부터 굽히고 들어가면 손해본다」는 친정 부모의 부추김,서로간의 자존심 싸움 등이 겹쳐 이들의 결합은 결국 두달만에 끝났다. 하지만 「이혼」따위 번거로운 수속은 필요없었다.처음부터 혼인신고를 안했기 때문.법적 처녀 신분으로 친정에 돌아온 박씨는 『호적에 금 안간 것이 천만다행』이라며 취직을 위해 여러 회사에 이력서를 뿌리고 있다.
이들과 달리 결혼생활에 별 문제가 없는데도 「일단 살아보고 상대방의 성격 등을 알아본 다음 법적 부부가 돼도 늦지 않다」는 생각으로 혼인신고를 미루는 경우도 많다.서구사회에 보편화된「계약결혼」「동거해보고 결혼하기」풍조가 우리 사 회에선 혼인신고 늦추기의 형태로 등장하고 있는 것.
94년2월에 결혼한 주부 채수희(25.강남구압구정동)씨 부부는 결혼전부터 집안 어른들 모르게 혼인신고를 1년 늦추기로 합의,아기를 가진 올초에 비로소 동사무소를 찾았다.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사람이 한 가정을 꾸려가려면 1년 정도의 적응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이들은 법적 유예기간중 서로에 대한 신뢰를 확인했다며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젊은 여성들의 취업붐도 이같은 풍조를 부추기는 한 원인.얼마전까지 직장생활을 했던 주부 홍선화(27.서울동작구상도4동)씨는 『맞벌이 부부의 상당수가 호적등본 떼어오기의 번거로움 등을이유로 혼인신고를 제때 못하고 산다』며 특히 일 찍 결혼한 여성일수록 취직할 때까지 혼인신고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입사때 호적등본을 요구하는 기업은 줄었지만 이력서나 주민등록등본에도 「호주와의 관계」항목 등 혼인 여부가 드러나기 때문이라는 것.
변호사 김삼화(金三和)씨는 『사실혼 관계 해소를 위해 찾아오는 젊은이들의 80%이상이 혼인신고를 안한 커플』이라며 특히 애정보다 조건을 보고 결혼한 경우 혼인신고를 늦추다 상대가 마음에 안들면 그냥 헤어져 버리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고 말한다.
변호사 배금자(裵今子)씨는 『헤어질 때 받는 위자료 액수가 요즘은 법적 배우자나 사실혼 배우자나 별 차이가 없다』고 밝히면서 사실혼과 법적 혼인을 동등하게 취급하는 최근의 법정 분위기도 혼인신고를 미루는데 한몫하는 것 같다고 분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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