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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책잔치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전자책」의 시대가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고 있다.
독일의 관문도시 프랑크푸르트 한복판에 웅장하게 포진한 국제전시장 슈타트미테 메세.지난 11일 이곳에서 개막,16일까지 계속되는 세계 최대의 책잔치 제47회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시회는 한마디로 종이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책의 개념이 이제는 거의종착역에 도달했음을 선언하는 자리였다.지구촌 전역의 출판계 상황을 집합한 푸랑크푸르트도서전의 올해 하이라이트는 단연 「전자매체관」이었다.지난 93년 신설된 이곳은 바로 「메세」의 주출입구에 위치,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난 영상에 마우스를 대고 원하는 정보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물결을 이뤄 세계출판의 오늘을 확인하고 내일을 예감케했다.신상품 거래와 계약을 위해 출판 관계자들의 발길이 가장 분주했던 곳도 이곳임은 물론이다.
멀티미디어.컴퓨터통신등을 중심 으로 올해 「전자매체전」에 참여한 출판사는 모두 409개사로 지난해에 비해 80%를 웃도는신장세를 나타냈다.이밖에도 국제도서관.소설관.넌픽션관등 다른 주요 전시회에도 뉴미디어를 원용한 서적을 선보인 회사가 1,229사로 집계돼 9 4년 전시보다 무려 180% 늘어나는 대약진을 기록했다.
내용면에서의 도약도 눈여겨 볼 사항.지난해에는 영상.음향등 멀티미디어는 모니터의 나타난 문자를 보조하는 인상을 주었다.예컨대 레오나르도 다빈치 CD롬의 경우 작가에 대한 문자설명이 우선이고 그림은 대체로 문자이해를 도와주는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문자는 이제 영상과 음향으로 이해되지 않을 때 조회하는 정도로 위치가 낮아졌다.앞의 다빈치를 다시 예로 들면 그림의 전체모습은 물론 부분 확대도 자유자재로 가능해졌으며 참고사항이 필요할 때만 문자를 찾아보도록 구성됐다.모니터 화질도 TV못지 않게 선명한 수준까지 발전했다.
주목을 끈 부분은 역시 CD롬.백과사전등 학습용에 주로 애용됐던 CD롬은 요리.스포츠.문학.미술.음악등 일반 분야는 물론경제.통계.과학.의학등 전문분야까지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확대됐다.
그러나 CD롬의 맹위도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올해의 히어로는 CD롬보다 오히려 온라인정보 서비스에 돌아갔기 때문이다.온라인서비스란 출판사가 중앙컴퓨터에 여러 분야의 최신정보를 저장하고 이를 전화선을 통해 독자에게 제 공하는 체제.
올해 전자매체전에 참여한 다수의 출판사들은 CD롬과 함께 인터네트등 국제통신망에 개설한 자신들의 「전자도서관」 홍보에 열을올렸다. 특히 의학.물리학.과학.컴퓨터등 전문분야 출판사의 경우 최신 정보를 가장 신속하게 전달한다는 장점을 앞세워 온라인정보 소개에 주력했다.CD롬에 저장된 정보도 얼마 지나지않으면옛날이야기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였다.이에대해 독일회사 「유럽온라인」의 마케팅담당자인 더크 슐레는 『이번 전시로 전자서적의 주도권은 온라인서적이 잡게됐다』며 『머지않아 CD롬은 종적를 감추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따라서 지금에야 겨우 CD롬 간행이 활기를 띠고 있는 국내 출판계도 세계시장에서 당당하게 겨루기 위해서는 정보를 항상 새롭게 수정하면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체계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전자출판은 한 개인회사의 힘이 아닌 인문.사회.과학등 사회 전분야의 모든 역량이 한곳에 모일 때 가능한만큼 국내 여러 회사의 협조체제도 도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대부분 「구멍가게」식의 영세한 경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 리 출판사들의 현실을 감안해보면 이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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