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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한식 브랜드 내 손으로 만들 겁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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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에서 스타벅스 신화를 일군 정진구(60)씨가 다시 커피잔을 쥐었다. 이번엔 스타벅스 로고가 새겨진 컵이 아니라 '자전거 타는 여인'이 그려진 뚜레쥬르(베이커리) 잔을 들고 업계에 복귀했다.

지난해 초 건강을 이유로 현직에서 물러났던 鄭씨는 올 초 CJ그룹의 외식사업 총괄대표(부사장)로 취임했다. CJ 고위 관계자는 "외식사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올 새 인물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鄭대표는 국내 외식 업계의 '미다스의 손'이라고 평가받는다. 아이스크림 전문점 배스킨라빈스.패스트푸드점 파파이스.커피전문점 스타벅스 등이 그의 손을 거쳐 최고 브랜드로 컸다. 스타벅스 코리아에서는 최단기간 흑자 달성, 점포당 평균매출액 1위 등 화려한 기록도 쏟아냈다.

鄭대표는 취임 뒤 언론과의 인터뷰를 사양해 왔다. 취임 뒤 두달간 CJ의 130여곳의 점포를 다니며 유연한 조직문화, 세계 수준의 품질 등으로 볼 때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한다.

"한국 전통음식을 세계적 브랜드로 만드는 게 은퇴 전 마지막 소원입니다."

그는 해외 진출에 이미 시동을 걸었다. 베이커리 브랜드인 뚜레쥬르가 다음달 미국 LA에 1호점을 연다. 鄭대표는 "한식 레스토랑 브랜드인 '한쿡' 으로 미국 현지인을 파고드는 게 다음 목표"라며 "마늘 냄새가 배지 않도록 레스토랑 설계 단계에서 환기시설을 완벽하게 하는 등 준비를 끝냈다"고 밝혔다. 해외 진출을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지금까진 외국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오는 일만 했지만 이제는 한국 음식을 세계적 브랜드로 키워내는 게 외식 기업인의 숙제"라고 말했다. 지난 1년간 세계 음식기행으로 시간을 보내던 그가 CJ의 영입 제의를 받아들인 것도 이 때문이다.

鄭대표는 29세 때인 1974년 '왜 미국은 잘 먹고 잘 살까'라는 의문을 품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단돈 100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갔다. 그는 세븐일레븐에서 9년간 근무하면서 강도 예방법 등 점포 운영 개선안을 수없이 제안해 우수 수퍼바이저에 여덟번이나 선정되는 등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냈다.

86년엔 당시 국내 진출을 추진하던 미국 아이스크림 업체인 배스킨라빈스의 눈에 들어 12년 만에 귀국길에 올랐다. '음식은 꼭 앉아서 먹어야 한다'는 선입관을 깨자며 직원들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거리를 활보하는 '보여주기 마케팅'등 당시엔 혁명적인 마케팅 기법을 쏟아냈다.

이후 鄭대표는 직관력과 현장성이 강한 최고경영자(CEO)로 평가받아 한국에 진출하려는 외국 기업들의 영입 대상 1순위가 됐다. 94년엔 파파이스 미국 본사의 아시아 본부장이 됐고, 98년에는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이사로 에스프레소 커피시장에 뛰어들었다.

그가 말하는 외식사업의 성공 비결은 '고객만족'과 '현장주의'다. 鄭대표는 "길거리를 다니면서 한번도 커피컵을 손에서 뗀 적이 없다"며 "최고의 마케팅 전략은 사무실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매장과 고객의 마음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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