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엔 저항 … 노 정부 땐 대거 참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28일로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민변은 민주화 열기가 뜨거웠던 1988년 5월 탄생했다.

노동자 연대파업인 86년 구로동맹파업사건의 변론을 맡았던 변호사들이 모인 ‘정의실천법조인회(정법회)’와 법조계 내부 변혁운동을 준비하던 ‘청년변호사협의회(청변)’가 손을 잡고 만들었다.

51명의 변호사 임의단체로 출발한 민변은 각종 시국 사건 변론과 노동·인권 운동을 주도하며 대표적인 진보 단체로 자리 잡았다. 『전태일 평전』의 저자이자 경기도 부천경찰서 권인숙 성고문 사건 변론을 맡았던 고(故) 조영래 변호사가 초기 민변의 구심점이었다.

민변은 민주화·인권 운동을 위한 변론 활동을 넘어서 정치권에서도 주목받았다. 특히 민변 출신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변을 대표적 인재 풀로 활용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고영구 전 국가정보원장,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전해철 전 민정수석 등 민변 출신 변호사들이 노무현 정부 시절 대거 기용됐다.

민변은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호주제 위헌 제청으로 호주제 폐지를 이끌어 냈다. 또 과거사 진상 규명, 이라크 파병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에 뛰어들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미 FTA 반대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민변은 창립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28일부터 일주일간 서울 관훈동에서 열릴 인권전시회에서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이한열 열사 사망 사건 등을 형상화환 미술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 전시회에서는 20년간 민변이 걸어온 발자취를 보여주는 각종 자료와 사진을 비롯해 고(故) 조영래·황인철·유현석 변호사의 육필 원고도 함께 전시된다. 민변은 28, 29일 두 차례 토론회를 열어 18대 국회의 입법과제와 공익 관련 분쟁의 방향에 대한 민변의 입장을 제시할 예정이다. 

박수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