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 등이 민간과 함께 벌이는 도심 개발사업이 ‘입주권 암초’를 만났다. 사진은 서울시·코레일이 삼성물산-국민연금 컨소시엄과 특수목적 법인을 설립해 추진하는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대상지.
당초 인천시는 개발로 집을 잃는 540가구의 원주민들 모두에게 새로 짓는 아파트 입주권을 보장했다.
하지만 이 지역 원주민들에게 돌아갈 입주권 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사업 주체가 자치단체 등 공공이 아닌 민간이면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공급 물량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SPC는 법적으로 공공이 아닌 민간으로 분류된다.
자치단체 등 공공이 민간과 함께 추진하는 도심 개발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아파트 입주권을 받지 못하게 될 주민들이 반대하면 사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예정지 주민들도 입주권을 전부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늘고 있는 민·관 합동 개발사업이 ‘입주권 암초’를 만난 것이다.
자치단체 등이 민간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은 낡은 도심을 효과적으로 개발하는 방법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도심의 경우 땅값 등이 비싸 자금사정이 좋지 못한 공공이 개발사업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민간에 맡기자니 업체는 수익성에만 급급해 마구잡이 개발이 우려된다. 그 때문에 자치단체 등이 개발계획을 세우고 민간은 돈을 대는 합동사업 방식은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묘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건설산업연구원 왕세종 건설정책연구실장은 “민·관 합동 PF 사업은 자치단체와 민간 모두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사업 방식”이라고 말했다.
민·관 공동 사업이 가장 활발한 곳이 인천. 인천시는 도화지구를 비롯해 숭의동·운복동 일대 등에서 민간과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한류우드와 대구시 동대구역세권개발지구도 그렇다.
그런데 민·관 합동 사업의 경우 원주민 몫의 입주권이 많지 않다. 민·관이 합동으로 설립하는 SPC는 공공이 아닌 민간업체의 성격이어서다. 현행 법규에 따르면 민간 개발사업장에서는 전용면적 85㎡ 이하의 10%만 원주민들에게 특별 공급할 수 있게 돼 있다. 공공이 시행자인 경우엔 사실상 한계가 없다.
민간 개발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민간 사업장 특별공급분 제한이 오히려 사업의 발목을 잡게 된 것이다. 민·관 합동 개발사업이 벌어지는 도심지에는 원주민들이 적지 않게 살고 있어 현행 규정으로는 입주권이 턱없이 모자란다. 도화지구의 경우 원주민들에게 돌아갈 주택은 전체 원주민 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40가구 정도에 불과하다. 인천시는 전용 85㎡ 이하를 2400가구가량 계획하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제업무지구에 편입된 서부이촌동 일대를 수용할 경우 마찬가지다. 사업자 측은 원주민 수 정도만 주택을 지을 계획인데 실제로 주민들에게 돌아갈 주택은 원주민 수(2400여 가구)에 훨씬 못 미치게 되는 것이다. 수용이 아닌 환지방식(기존 주택과 새 아파트를 바꾸는 것)으로 개발할 경우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난데없는 입주권 복병을 만난 자치단체들은 제도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인천시는 “현재 제도로는 사업이 어렵다”며 “자치단체가 공익사업을 위해 민간업체와 SPC를 설립한 경우에는 원주민 물량을 늘릴 수 있게 해달라”고 국토부에 건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른 사업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법 개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태·황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