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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남교사 할당제 성 역할모델 필요 vs 실력 외면 역차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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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남교사 할당제 추진 배경=시교육청은 ‘양성평등채용목표제’란 걸 내세운다. 공무원 임용시험에서 한쪽 성이 정원의 30%에 미달하면 합격 점수를 낮춰 추가로 뽑는 제도다.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이 제도를 놓고 채용 과정에서 실력보다 성(性)이 우선되면 역차별을 가져온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특정 직업의 성비 균형을 맞추기 위해 관여하는 게 타당하냐는 비판도 거세다.

◇찬성론=서울교대 박상철(사회과교육과) 교수는 “서울시교육청의 의뢰로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교사·학생·학부모 31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며 “조사 결과 80%가 교사의 성비 균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찬성론자들은 학생들의 성 역할 정체성 확립을 위해 이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사의 성비가 고르지 않으면 학생들이 자신의 성에 적합한 행동·태도·가치를 제대로 학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남성의 역할모델이 되는 남교사가 적으면 성장기의 남학생들은 성 정체성을 잃고 이른바 ‘여성화’되기 쉽다는 지적이다.

가족사랑서울신경정신과의원 박영환 원장은 “특정 성의 교사가 많을 경우 아동과 청소년의 성장 과정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며 “다만 학생들이 남녀 교사에게 골고루 배울 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는 추론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원활한 학생 생활지도를 위해서도 남교사 할당제가 필요하다는 게 찬성론자들의 설명이다. 교내 폭력·집단 따돌림·안전사고 예방 등 생활지도에 남교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운동회·수련활동 등 학교 운영에 남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도 한 이유다.

◇반대론=반대론자들은 양성 균형을 위해 교대 입학전형 때 25~40%의 남성 할당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데 교사를 임용할 때도 이를 적용하는 것은 남성에 대한 이중혜택이라고 주장한다. 남교사 할당제가 성차별로 인한 성비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도입된 양성평등채용목표제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력이 아닌 다른 잣대로 공정 경쟁을 가로막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 여교사가 많다고 해서 학생들이 올바른 성 역할을 배우지 못한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교직을 희망하는 여성들이 많은 것은 다른 분야에서는 여성 차별이 심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직장을 찾으려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생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많은 나라가 우리보다 여교사 비율이 높지만 정부가 특정 성을 늘리기 위해 조치를 취하는 사례가 없다는 것도 반대론의 근거다.

실제로 초등학교 여교사 비율(2004년)은 미국 88.6%, 독일 82.9%, 프랑스 81.2%다.

◇어떻게 풀까=남교사와 여교사의 차이가 학업 성취와 인격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연구가 시급하다. 이를 두고 남교사 할당제의 찬반 논란이 도드라졌기 때문이다.

우수한 남성들이 교직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사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이거나 처우를 개선하는 게 한 방법으로 꼽힌다.

서울시교육청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교 남교사 비율은 1970년도에 71%에서 90년도 49.7%, 2006년 17.8%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 추세는 남성들이 교직에 지원할 만한 장점이 떨어진 탓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각 직업분야에서 여성 차별 요소를 제거하는 것도 근본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이 경우 남교사 할당제를 도입하지 않고도 성비 균형을 자연스레 맞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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