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뭘 하는데 연봉이 9000만원 넘지?"

중앙일보

입력

이코노미스트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데 연봉이 그렇게 많죠?”

최근 기획재정부가 302개 공공기관 직원(임원 및 비정규직 제외) 1인당 평균 연봉 자료를 발표하면서 상위에 오른 증권유관기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평균 연봉이 가장 높았던 공공기관은 증권예탁결제원으로 무려 9577만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9.8%나 늘어난 것으로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평균 연봉 6021만원)보다도 무려 40% 이상 많은 수준이다.

증권예탁결제원은 직원들의 연봉만 높았던 것이 아니다. 사장 연봉도 4억7300만원으로 공공기관 기관장 중 6위를 차지했다. 또 3위는 코스콤이 차지했다. 코스콤의 1인당 평균 연봉은 9185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콤은 지난해 비정규직 대량 해고 문제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지금까지도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노조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상태다.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에는 인색했지만 코스콤 사장 역시 지난 한 해 4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다.

기획재정부 자료에서는 빠졌지만 증권선물거래소, 증권금융 등 나머지 증권유관기관들 연봉도 만만치 않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증권예탁원과 코스콤의 모회사임에도 지분구조상 순수 민간회사(28개 증권회사가 85% 지분 보유)라는 이유로 이번 자료 공개에서 제외됐다. 증권금융도 같은 이유로 자료 공개를 피할 수 있었다.

경영공시 자료에 따르면 증권선물거래소는 지난해 급여 및 복리후생비 등을 합쳐 795억원가량의 인건비를 지출했다. 이를 임직원 수(723명)로 나누면 1인당 평균 연봉은 무려 1억원이 넘는다.

증권금융도 지난해 급여·상여금·복리후생비 등을 모두 합쳐 194억원(임직원 220명)을 지급, 1인당 평균 연봉이 8800만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도 탐내는 직장’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문제는 증권유관기관이 정부가 인정한 독점사업을 통해 돈을 벌면서도 제대로 경영감시를 받지 않고 방만한 경영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선물거래소와 증권선물예탁원은 주식시장 개설 및 운영, 유가증권 거래, 예탁 등이 주 업무다.

또 이와 관련된 주식거래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 수익이 주 수입원이다. 코스콤과 증권금융도 증권선물 전산 인프라 제공, 고객예탁금 관리 및 운영 등을 하면서 각종 수수료 수익을 챙기고 있다.

증권유관기관이 챙기는 수수료는 영업이나 서비스 개선 노력과는 상관없이 앉아 있기만 하면 들어오는 수입이다. 법적으로 그들만 영위할 수 있는 독점사업이기 때문에 경쟁도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독점사업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증권유관기관은 증권시장이 사라지지 않는 한 망할 이유가 없다”며 “쉽게 돈을 벌면서도 자본시장의 서비스 질을 높이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자기 배부터 채우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실제 증권유관기관은 독점사업으로 쉽게 벌어들인 돈을 흥청망청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증권예탁결제원 임원들은 2005~2007년 사이 법인카드를 유흥주점, 나이트클럽에서 사용했다.

지난해 11월 하반기 신규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는 필기시험 점수, 면접 점수까지 조작해 순위에 든 5명을 탈락시키는 ‘채용부정’까지 적발돼 검찰조사가 진행 중이다. 증권선물거래소도 1년9개월 동안 골프접대비로만 10억원을 지출하는 등 방만 경영이 도마에 오른 상태다.

오래전부터 증권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의 선진화 및 효율화, 투자비용 절감 등을 위해 증권유관기관을 통폐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2006년 자본시장통합법이 논의됐을 때도 증권유관기관 통폐합은 쟁점사항이었지만 각 기관의 로비와 제 밥그릇 챙기기로 인해 사실상 무산된 바 있다.

증권연구원 연구원은 “증권선물거래소와 증권예탁결제원의 청산·결제 기능 등 증권유관기관의 통폐합은 오래전부터 문제로 지적돼 왔다”며 “하지만 시장논리보다 정치논리가 앞서면서 번번이 통폐합은 무산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임상연 기자
syl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