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규제 세계화 역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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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솜방망이」「문턱」「족쇄」….
재경원은 9일「해외 직접 투자 자유화및 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이를 두고 정책을 입안한 당사자.정부 고위 관계자,기업들이 각각 붙여 부르는 이름이 위와 같이 다 다르다.
재경원이 이같은 방안을 마련한 것은 우리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최근 부쩍 늘자 정부 안에서 새로운 걱정 거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걱정은 두 가지다.하나는 기업들이 해외 투자 자금을 현지에서 싼 값으로 조달하니 외채도 따라 늘지 않겠느냐는 것이고,또 하나는 많은 기업이 해외로 나가면 국내에 제대로 된 기업이 남아있겠느냐는 것이다.
해서 재경원의 이번 방안은 표에서 보듯「투자를 하려면 자기 돈으로 해야 한다」는 걸림돌을 하나 새로 만들어 해외 직접 투자와 현지 금융에 다소라도 제동을 걸겠다는 내용으로 만들어졌다.기업들은 당장 「세계화에 역행하는 규제」라며 불 만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92년 폐지했던 규제를 다시 부활시키는 것은 정부가 스스로 외쳐왔던 세계화.규제완화와 크게 배치된다.또 통상마찰등을 피하기 위해 불가피한 현지화를 막으면 국가 경쟁력은 심각하게 약화될 것이다.』(전경련 공식 반응) 지난 8월 정부의 대체적인 방침이 처음 나왔을 때도 기업들은 목소리를 높였고,이후고민하던 재경원은 이번 방안을 내놓으면서『이만하면 솜방망이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경원은 당초「투자 자금의 20%를 자기 자금으로」규제할 생각이었으나,이번에 발표된 최종 방안(표참조)을 보면기업 현실을 상당히 반영한 「솜방망이」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그저「문턱」하나 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해 달라』는 수사(修辭)를 구사했다.
해외 투자와 세계화 전략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자동차.반도체.전자등 대규모 첨단 공장이 모두 해외로 나간다면 일자리등 국내 사정이 어려워질 것이니「문턱」하나쯤도 필요한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다들 일리가 있는 말인데 한가지 해결책이 있긴 있다.
『기업의 해외 투자는 생존 전략상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금리부담이 문제가 아니다.정부가 새로 정한 자기 자금 조달 비율을지키려면 국내에서 비싸게 차입한 돈을 해외 투자로 돌릴 수 밖에 없다.결국 투자는 투자대로 일어나면서 이자 비용 부담만 늘어날 것이다.』 실제 대형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한 대기업 임원의 이같은「방안」은 재경원의「방안」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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