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代남자 마약중독 못이겨 유서 남기고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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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어머니 죄송합니다.나쁜 짓(마약)을 하고 나면 바로 뒤돌아서서 후회하면서도 도저히 끊을 수가 없었습니다.그게 사람의 정신까지 황폐하게 만든다는 것을 잘알면서도 또 손을 대게되고….
이제 정말 마약없는 곳에서 살겠습니다.』 8일 낮12시50분쯤서울시도봉구도봉1동 인근 등산로.마약중독에서 몸부림치던 윤종아(30.무직.서울시노원구상계4동)씨가 나뭇가지에 목을 매 숨져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했다.
윤씨 발밑에는 그가 어머니 황모(53.파출부)씨에게 남긴 세장짜리 유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윤씨는 유서 맨끝 페이지 뒷면에『마약없는 사회를 만들어 주세요』라고 쓴뒤「히로뽕 알선자」조모씨등 3명의 이름과 그들의 호출번호를 남겨 놓았다.
이틀전 집을 나간 아들을 기다리던 어머니 황씨는 『도무지 내자식이 자살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울음을 터뜨렸다.이웃사람들도 『그렇게 속깊고 착하던 젊은이가 마약에 중독돼 있었다니…』라며 안타까워했다.
윤씨는 15년전 아버지를 여의고 전기공과 자동차매매센터.식당.신발회사등을 전전했으나 매달 20만~30만원을 어머니에게 건네줬다.맛있는 것이라도 있으면 집으로 싸들고와 어머니 입에 넣어주는등 동네에선 소문난 효자였다.윤씨는 몇년전 친구들의 권유로 호기심이 발동,마약에 손을 댔다 구속되기도 했으나 풀려난뒤로 이를 멀리 해왔다.
그러던 윤씨가 다시 마약에 빠져든 것은 2~3개월전.어머니 황씨는 『옛친구를 만났다고 한 뒤부터는 거동이 수상했어요.못된사람들이 또다시 유혹을 했던 모양이에요』라고 말했다.이 무렵 윤씨는 마약을 맞고 길을 걷다가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적도 있었다. 윤씨는 어머니에게 재중독 사실을 고백한뒤 수차례 검찰과 경찰에 자수하러 갔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되돌아 왔다는게 황씨의 말이다.죽기 며칠전부터 윤씨는 『누가 내뒤를 자꾸 따라다니는 것 같다.전화도 계속 오고 나를 찾는다』는 말을 자 주 했고 가슴등 온몸에 멍이 든채 귀가한 경우도 빈번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윤씨가 유서 뒷면에 적어놓은 조씨등의 소재파악에 나서는 한편 또다른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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