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노래로 화합한마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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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꽃….』지난달 30일 도쿄(東京)나가노(中野)의 제로홀.색동저고리를 곱게 차려입은 재일동포 3세 어린이들이 또박또박 우리말로 동요『무궁화』를 부르는 순간 7백여석의 객석을 꽉 메운 재일동포들간에는 이념이 만들어 놓은 남북의 장벽은 눈녹 듯이 허물어져 버렸다. 「노래 50곡을 엮어만든 해방50년 음악의 밤」.
이날 공연은 민단이나 조총련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지난해 12월 결성된 「해방 50년을 생각하는 재일동포들의 모임」실행위원회(회장 金奎一)가 재일동포사회의 단합을 위해 생각해낸 기획이다. 일제시대-해방직후-분단국가의 시작-한국동란기-전후(戰後)부흥의 건설기-경제성장.민주화30년 등으로 이어지는 시대별 가요와 동요.민요.농악이 어우러진 「음악의 밤」은 노래 속의 「38線」을 완전히 지워버렸다.남한의 노래이든 북한의 노래이든정치색을 배재한,동포들의 애환과 기쁨과 희망을 담은 노래라면 어떤 것도 상관없는 화합의 한마당이었다.「평양은 우리 마음의 고향」이란 노래와 「서울찬가」가 같은 무대에서 함께 울려퍼졌으며 「모란봉」과 「신라의 달밤」이 동포들 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공연의 마지막 테마는 통일.처음으로 남북한을 오가며 공연해화제를 모았던 재일동포 오페라가수 전월선(田月仙)씨가 『고려산하,우리사랑』이란 노래를 부르자 온 객석은 통일의 열망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동요나 민요 외에 남북한의 노래가 한무대에서 불려진 것은 처음입니다.정치적인 문제를 초월해 민족의 노래를 마음껏 부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까지 50년의 세월이 걸렸군요.』 실행위원회 金회장의 얼굴에는 감회가 서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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