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지방도시 살길 보여준 군산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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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가의 성장잠재력은 지방 발전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그렇다고 지방 발전을 중앙정부의 시혜에만 기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노무현 정부의 지방 균형발전 정책이 삐걱거린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방 스스로 활로를 찾는 게 정도(正道)다. 그런 점에서 엊그제 전북 군산 군장산업단지에서 기공식을 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유치 사례는 고무적이다. 지방도시가 살길을 보여주는 모델로 손색이 없다.

세계 4위 규모의 조선소 착공으로 군산 경제는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1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3만5000여 명의 인구가 유입될 전망이다. 한 해 인건비로 군산시 1년 예산을 웃도는 5000억원이 풀린다고 한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군산시 땅값 상승률은 전국 1위다. 죽은 도시가 살아있는 도시로 탈바꿈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지자체의 지역 발전에 대한 열정이었다. 전북도지사와 군산시장은 조선소 유치를 위해 60여 차례나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찾아가 설득작업을 벌였다. 담당 공무원들도 조선소 건립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둑질 빼고는 모든 걸 다하겠다는 각오로 뛰었다. 국토해양부를 설득해 예정부지 내 항만부지를 산업용지로 용도변경했고, 1년 넘게 걸리는 인·허가 등 행정절차도 보름만에 끝냈다.

군산의 사례는 표류 중인 지방 혁신도시 사업의 해법이 있음을 보여준다. 지자체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작은 공공기관 이전에만 목매달고 있을 일이 아니다. 지역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기업을 끌어들이는 쪽으로 방향전환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이미 사들인 혁신도시 부지에 지역 특성과 현실에 맞는 제2, 제3의 ‘군산조선소’를 유치하는 게 지방을 살리는 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얼마 전 16개 시·도지사 회의에서 “지방이 먼저 노력하면 철저하게 지원하겠다”고 했다. 올바른 방향이다. 인적·물적 자원이 수도권으로 집중돼 지방은 고사(枯死)하고 있다는 식의 푸념만 해서는 지방 발전은 요원하다. 지자체가 먼저 살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