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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이코노미>네트워크의 게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기업간 경쟁은 하나의 게임이다.일단 이기고 봐야 하지만 그렇다고 승패가 전부만은 아니다.상대방을 패배시키지 않고서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동반승리」로 모두 승자가 될 수도 있고파괴적 경쟁으로 모두 패자가 될 수도 있다.게임 이론의 창시자존 폰 노이만은 게임에 두 가지 유형을 제시했다.룰(rule)에 입각한 게임이 첫째다.상호간 계약이나 협약 등에 근거한 게임이다. 비교적 쉽고 담합 등을 통해 적당히 안주(安住)할 수도 있다.
문제는 자유분방한(freewheeling)게임이다.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며 스스로 룰을 만들고 바꿔 나간다.기업경쟁을 카오스로 몰아 넣는다.최근 일련의 「규모의 게임」이 혼돈을 더한다.
디즈니와 타임워너가 각기 거대합병으로 「멀티미디어 공룡」으로속속 발돋움하는 와중에 「정보통신산업의 제국」 AT&T는 거꾸로 3개 분야로 쪼개졌다.거대은행간 합병을 통한 대형화경쟁도 꼬리를 문다.『급변하는 시장환경에서 경쟁적 우위 를 확보한다』는 똑같은 목적 아래 한편에서는 합병으로 앞다퉈 규모를 키우고다른 한쪽에서는 핵분열을 단행한다.이 상반되는 기업행동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이 합병과 분열은 상반되는 전략처럼 보이지만 실은 같은 것이라고 하버드경영대 학원의 로저베스 캔터 교수는 풀이한다.유사점이 더 많고,『똑같은 현실과 역사적 시간대에놓여 있는 두 개의 다른 점(點)에 불과하다』『시너지를 추구하는 과정의 일부를 이루는 두 개의 점』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화 과정에서 시장접근과 분배 및 유통의 경제를 가능케 하는 네트워크는 필수적이다.핵단위로 쪼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도 있고 합병 또는 거미줄 같은 협력관계로 글로벌제휴망을 형성할 수도 있다.인수.합병을 통한 업사이즈 (ups ize)는 악이고 분산과 해체를 통한 다운사이즈는 곧 선이 아니다.어느 쪽이 바람직한지는 개개산업의 상황과 그 속에 처해 있는 개별기업들의 경쟁적 여건에 좌우된다고 한다.
과당경쟁보다 합병으로 비용을 줄이는 쪽이 현명할 수도 있다.
AT&T가 컴퓨터분야를 떼어 낸 것은 적자가 나서 그렇다치고 전화기를 발명한 기업이 그것도 총수입의 25%를 점하는 통신장비 제조사업을 떼어 낸 것은 엄청난 결단이었다.이 통신장비의 주요고객이 다름아닌 전화서비스분야 AT&T의 경쟁사들이어서 스스로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AT&T는 더 커지기 위해 스스로 작아지는 길을 택했다.2000년에 연산 2백만대에 이른다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규모」가실제 이상의 국제적 견제를 불러오고 있다.수출자동차 5대에 1대꼴은 부품값으로 일본에 돌아가는 처지다.장벽 뒤의 허세보다는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내실위주로 게임의 구도를 바꿀 때가 됐다.미국 자동차산업의 르네상스는 수입 일본차 때문에 가능했다는역설은 음미해 볼 가치가 있다.경쟁적 우위를 확보하는 게임의 이름은 바로 그 경쟁의 도입이다 .
〈본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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