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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준공업지역 아파트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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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일 서울의 준공업지역 중 하나인 구로동 안양천변의 9만1732㎡ 부지 위에 있는 CJ제일제당 공장. 공장 앞 8차선 도로 위로 자재를 실은 트럭들이 수시로 오가고 있었다. 준공업지역의 공장 부지에는 아파트 건립이 엄격히 규제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이후 이곳에선 “CJ 공장 부지에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서울시의회 준공업지역관리지원특별위원회(특위) 소속 시의원들이 이곳을 포함해 서울의 준공업지역들을 다녀간 이후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는 “CJ 공장 부지는 최근 평당 2000만원까지 치솟았다”며 “평당 1000만원인 인근 땅값의 두 배 수준”이라고 전했다.

서울시 의회가 서울의 준공업지역에 있는 공장 부지에 아파트 건립을 전면 허용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조례 개정을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의회는 개정안을 7일 특위에서 통과시킨 데 이어 9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개정안은 조달현 의원 등 시의원 42명이 2006년 8월 발의했다. “현재 공장이 있거나, 공장이 옮겨가고 비어 있는 땅(공장 부지) 중 30%에만 산업시설을 유지하고 나머지에는 아파트를 짓게 한다”는 게 골자다.

시의회는 7일 조례안을 특위에 넘기면서 이 사실을 언론 등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밀실 의회’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위는 서울시 담당 국장이 회의장에 들어와 서울시 입장을 설명하려 하자 이를 거부했다. 시의회 사무처가 ‘보도자료’ 를 만들어 배포하려 했으나 특위 위원장이 이를 막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 소속 의원 15명 중 7명은 준공업지역이 있는 지역구 출신이다.

서울시는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그동안 준공업지역 안에 있는 공장 부지에 아파트 건립을 엄격하게 규제해 왔다. 서울시 이인근 도시계획국장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1만㎡ 이상 대규모 공장 부지의 땅값과 주변 집값이 폭등해 투기 바람이 불 것”이라며 “서울의 산업 기반도 완전히 붕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해 시의회에 ‘재의’를 요청하기로 했다. 재의를 요청하면 시의회는 재적의원(104명) 중 과반수가 출석해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의회가 담당 공무원에게 의견을 제시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졸속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준공업지역에 땅을 갖고 있는 지주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시윤·강기헌 기자

◇서울의 준공업지역=일자리 유지를 위해 경공업 시설 등을 수용하고 주거·상업·업무 기능을 일부 보완할 수 있는 지역. 영등포구·구로구·금천구·성동구·도봉구·강서구·양천구·광진구 등 8개 구 27.73㎢로 서울시 면적의 4.6%(여의도의 3배 크기)에 해당한다.

▶[중앙NEWS6] 서울시의회 '준공업지역' 용도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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