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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트 강국’ 선언만 하는 정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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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정보사회의 성장동력인 미디어·콘텐트 산업에 대한 정부의 고용창출 지원이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거 정부가 콘텐트 강국을 선언하며 관련산업 육성을 내세웠으나 이를 떠받칠 인력개발에는 소홀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도 청년실업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콘텐트 진흥을 강조했던 터라 이 부문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미디어산업은 연평균 10% 이상 성장해 왔으나 신규 인력 채용 규모는 연평균 4% 증가(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조사)에 그쳤다.

이런 주장은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이 다음 주 발표하는 ‘(방송·통신)융합시대 고용창출을 위한 산학연계 교육제도 도입에 관한 연구’(연구책임 정윤경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에서 나왔다. 시장친화적 고용창출을 위한 산학연 연계교육 도입을 주장하는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노동부 중소기업청 주관)가 2004~2007년 인턴십 등 인력채용 지원에 투자한 액수는 총 600억원. 지원액 모두 제조업에 투자됐다. 미디어·콘텐트 관련 지원은 거의 없었다.

또 정부 주도의 인턴십·인력채용 사업도 대부분 제조업과 정보기술(IT)에 치중된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과학기술부·노동부의 산학협력 인턴십, 노동부의 청소년 직장체험 프로그램, 교육과학기술부의 이공계 대학졸업자 일자리 찾기(엔지니어링 인턴과정), 중소기업청의 인력채용 패키지사업 등이 그것이다.

총 8개 부문 중 문화 관련은 문화예술진흥위원회의 문화예술 분야 청년 인턴채용 지원이 유일하다. 이 역시 규모가 크지 않고 내용도 순수예술에 한정됐다.

2006년 교육과학기술부의 BK21 글로벌 인턴십에서도 신방·영상·디자인 분야 국고지원금은 전체의 1.7%에 그쳤다.

보고서는 콘텐트 강국 지향에 걸맞고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뉴)미디어·콘텐트 분야에서 적극적인 고용창출과 인력양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지원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7년 현재 전국의 미디어 관련 학과는 289개, 졸업생은 7733명에 이르지만, 취업 연계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많은 뉴미디어 업체의 경우 신규 인력 교육에 대한 부담으로 경력직 채용을 선호해 청년실업 해소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2007년 디지털콘텐트 산업 고용현황 보고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콘텐트 업계의 2008년 채용 예정인력은 2165명이지만, 이 중 71.5%가 경력직이다.

해외 미디어들에 비해 국내 미디어 대기업들의 인턴십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타임 워너 계열 HBO는 전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분기별로 인턴십을 실시해 모범사례로 꼽혔다. 애니메이션의 명가 디즈니사도 카네기 멜런대와 인턴십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국내 미디어 대기업이랄 수 있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통상적인 일반 대기업들의 인턴십 운영에도 턱없이 못 미칠 정도로 문턱이 높았다.

2013년 디지털 전환, 인터넷TV(IPTV), 무선휴대인터넷(WIBRO) 등 급속한 기술변화를 대학 등 교육현장이 따라잡지 못하는 것도 숙제로 꼽혔다. 보고서에서 109개 뉴미디어 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신입사원의 직무능력은 78.5%가 ‘중간 이하’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74%가 인턴십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미디어·콘텐트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체계적인 신규 인력의 공급구조와 대학·기업·정부가 참여하는 산학연 연계 교육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기업주도 인턴십의 학점인증제의 확대 시행 ▶대학과 산업체 간 연계협력을 통한 수요자 중심 현장형 교육과정 도입 ▶정부의 중소 미디어기업 고용창출을 위한 비용 지원 ▶신규 채용 업체에 대한 정부의 인센티브 제공 등도 함께 강조했다.

한편 KBI는 올 초부터 문화부가 후원하는 뉴미디어 기업 인턴십 연계 교육프로그램인 ‘뉴미디어 비즈스쿨’(academy.kbi.re.kr)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프리챌·판도라TV·엠군 등 9개 업체가 협력기업으로 참여해 선발·교육·채용 등에서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6월 말부터 운영되는 ‘제2기 뉴미디어 비즈스쿨은 국내 동영상포털·데이터방송·DMB·이러닝 등 뉴미디어에 취업을 원하는 전국의 대졸(예정자 포함) 미취업자 4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02-3219-5483.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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