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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밤이면 ‘피아노 전쟁’ 시작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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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5월을 수놓을 하우스 콘서트 ‘올 댓 피아노’의 주인공들. 왼쪽부터 이용규·김준희·김태형·김영호·윤철희.


 김태형(23)과 김준희(18)는 같은 콩쿠르에 두번 출전했다. 지난해 롱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김준희가 2위에 오를 때 김태형은 4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막을 내린 제4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는 김태형이 3위에 올랐다. 김준희는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이들은 롱티보 콩쿠르가 열린 프랑스 파리에서 서로 의지하며 형제처럼 지냈다고 한다. 하지만 앞뒤로 연주하는 콩쿠르 무대에서는 어쩔 수 없이 ‘배틀’을 벌여야 한다. 연주자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매주 금요일마다 피아니스트들을 비교해볼 수 있는 시리즈 연주가 시작됐다. 김태형·김준희 등 ‘떠오르는 별’은 물론,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이용규·30, 윤철희·40), 자신의 세계를 만든(김영호·52) 피아니스트들이 지난 2일부터 매주 금요일 서울 연희동 ‘하우스 콘서트’에 한 명씩 출연하고 있다. 전시회 제목은 ‘올 댓 피아노’. 20대 패기에서 50대 깊이로 흘러가는 피아니스트의 일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그러면서 각 피아니스트들의 음색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금요 배틀’시간이다.

이들 다섯 남성의 음색은 모두 다르다. 첫 주(2일)에 출연한 이용규는 낭만시대 이후의 곡들로 프로그램을 꾸몄다. 3월 소니BMG에서 음반을 녹음한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음반에 들어있는 곡들도 낭만시대 위주. 풍부한 감정으로 듣기 편한 연주를 하는 그는 이번 하우스 콘서트에서도 리스트의 ‘사랑의 꿈’,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 등 친숙한 곡으로 인기를 끌었다.

9일 연주하는 김준희의 특징은 뛰어난 집중력이다. 지난달 4일 서초동 모차르트홀에서 열린 독주회에서 그는 길고 느린 곡에서도 청중이 긴장을 놓지 않도록 세심하게 이끌어 갔다. 느슨해지지 않는 집중력 덕분이다. 이번 하우스 콘서트에서는 하이든·베토벤부터 라벨까지 최근 독주회와 콩쿠르를 위해 준비했던 곡들을 들려준다. 세 번째 주자(16일) 김태형은 힘있는 소리와 깔끔함이 장점이다. 건반을 깊숙이 누르는 타법으로 큰 음량을 만들어낼 줄 안다. 바흐·베토벤·리스트 등 자신의 장점을 잘 드러내는 곡들을 골라 이번 무대에 선다.

23일 연주하는 김영호(연세대 음대교수)는 피아니스트에게 ‘교과서’격인 작품을 골랐다. 하이든·쇼팽·베토벤의 대표적인 소나타들을 순서대로 연주한다. 그는 최근 다른 악기들과 함께 서는 실내악 무대에서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다시 독주악기로서의 피아노에 집중하는 셈이다.

마지막주(30일)는 실험을 즐기는 연주자 윤철희의 순서다. 그는 2년 동안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개를 연구, 실내악 곡으로 편곡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늘 같은 음악으로는 청중을 만족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하우스 콘서트에서는 모차르트의 ‘뒤포르 미뉴엣에 의한 9개의 변주곡’ 등 피아노의 가장 매력적인 음색을 들려줄 수 있는 곡을 골랐다.

이처럼 5월 한달의 무대를 남성 피아니스트에게 모두 내준 하우스 콘서트는 2002년부터 매달 두번씩 열고 있는 소규모 살롱 콘서트다. 장소는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박창수 씨의 연희동 자택. 30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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