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투수가 도대체 … 속에서 불이 나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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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아, 도대체 저게 무슨 행동입니까.”

6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한화전을 해설하던 이성득(사진) 부산방송(KNN) 해설위원은 9회 초 화를 참지 못했다. “마무리 투수가 저러면 안 되는데, 도대체 어쩌자고….” 3-2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오른 롯데 마무리 임경완이 역전을 허용하자 거침없는 비판을 해댔다. ‘이성득표 편파 해설’의 한 장면이다. 부산 지역방송이라는 ‘환경’과 롯데 원년 멤버라는 ‘출신 성분’ 덕에 롯데를 두둔하는 해설을 해도 나무랄 사람이 없다. “화를 안 내려고 했는데, 속에서 불이 나는 것을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경남고-고려대 출신으로 1982년 롯데에 입단했던 이 위원은 그해 말 무릎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었다. 이후 구단 프런트와 코치를 거치며 롯데와의 인연을 이어왔고, 98년 7월부터 마이크를 잡았다.

롯데에 편향된 그의 해설은 방송 초기부터 부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심판이 롯데에 불리한 판정을 내리면 “롯데가 잘해야 한국 야구가 산다고들 하면서 판정은 저게 뭡니까. 심판 자질이 의심됩니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롯데의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하면 “빈 볼이라도 한번 던지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수위 높은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물론 롯데 선수들에 대한 애정 어린 비난에도 망설임이 없다. 롯데 간판스타 이대호를 향해 “수비를 더 잘하려면 살을 좀 빼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팬들은 그를 ‘성득옹’이라고 부른다. 얼굴의 주름살 때문에 붙여진 애칭이다. 이 위원은 “인기는 무슨, 부산 팬들이 조금 알아주시는 거죠”라고 말하지만 서정근 롯데 홍보팀장은 “선수들 못지않은 인기 해설위원”이라고 치켜세웠다.

올해 이 위원의 바람은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 5월 들어 롯데가 부진에 빠지면서 이 위원의 근심도 커졌다. “올해 만큼은 5월에 무너지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이 위원의 표정이 점점 굳어진다.

부산=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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