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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holic의 강원도 기행-⑤ 가을동화의 촬영지 ‘상운폐교’

중앙일보

입력

더 이상 추억을 빚을 수 없는 상운폐교

상운폐교는 그 자체로 그림이 되는 곳이다. 드라마 <가을동화>나 소설<국화꽃 향기>의 배경이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때문에 상운폐교는 이제 자연스레 양양을 상징하는 명소다. 헌데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이제 곧 주인 없는 곳이 된다고 한다.

낙산사에서 7번 국도를 따라 12km쯤 달리다 보면 왼쪽으로 상운리가 나타난다. 상운리 입구에는 ‘가을동화 촬영지’라는 노랗고 큰 간판도 붙어있다. 논두렁 사이로 난 좁다란 길을 따라 200m쯤 들어갔을까. 작은 다리 하나를 건너면 바로 ‘상운폐교’다. 지금 이곳은 <국화꽃향기>의 작가인 소설가 김하인 씨와 도예가 정재남 씨 부부가 ‘도자기 체험교실’로 운영하고 있다.

상운폐교로 들어서는 길

한눈에 그려지는 상운폐교의 전경

‘HandMade 도자기 체험’. 손글씨로 쓰인 간판을 따라 정문을 들어서자 단층의 아담한 학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칠이 벗겨진 정문, 놀이터의 녹슨 철봉, 잡초 무성한 운동장…. 돌보는 사람이 없는 폐교는 이런 풍경으로 머물러 있다. 자연스럽게 낡아가는 것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는커녕 한 점의 정물화 같다.

낡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학교 안은 형형색색의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도예가 정재남 씨의 솜씨다. 드라마 촬영 이전부터 도자기 만들기나 염직 등의 체험 공간으로 이용된 장소답게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갤러리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가을동화>에 등장한 대부분의 장식들도 정재남 씨가 직접 만든 작품들이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가득한 내부

복도를 따라 이어진 각 교실들은 테마에 따라 다르게 꾸며져 있다. 그 중 제일 먼저 들어선 곳은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이름을 딴 ‘은서의 방’에는 송혜교 씨의 사진과 여성스러운 소품들로 가득 차 있다. ‘은서의 방’ 옆으로는 염직을 위한 방과 도자휴게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책 읽는 방’은 아마도 남편인 소설가 김하인 씨를 배려한 공간일 것이다. 김하인 씨의 소설과 사진뿐 아니라 다양한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이 얼마든지 편히 펼쳐볼 수 있게 꾸며져 있다. 교실 한쪽 벽의 걸린 아이들의 그림도 친근감을 더한다.

‘책 읽는 방’을 지나 복도의 끝에는 ‘준서의 방’이 있다. 전체적으로 블루톤이다. 준서의 역을 맡은 송승헌 씨의 사진과 준서가 그렸던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노란 커튼이 드리운 창틀 선반에는 두 개의 컵이 어깨를 기댄 연인처럼 나란히 놓여 있다.

파스텔톤의 화사한 ‘은서의 방’

‘책 읽는 방’ 속 사진여행

‘준서의 방’

‘준서의 방’ 반대편 복도 끝에서는 도자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컵이나 연필꽂이, 촛대 중 하나를 골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제작에 필요한 재료와 도구들은 이미 준비돼 있다. 밀대로 흙을 밀어 모양을 만드는 일부터 예쁜 모양 틀로 무늬를 찍어 붙이기까지 직접 해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한다면 더욱 흥미로운 체험이 될 듯하다. 다른 한쪽에는 건종 중인 도자기들이 쭉 늘어서 있다. 이곳을 다녀간 이들의 흔적이다. 도자기 체험비는 1만원. 2주일 후 집에서 택배로 받아 볼 수 있다.

도자기 체험, 촛대를 만들어보다.

일자형으로 나란히 이어진 복도에는 컵과 그릇, 꽃병, 항아리 등 갖가지 핸드메이드 용품들이 전시돼 있다. ‘이전 기념 30% 세일’이라는 문구도 눈에 띈다. 이곳을 정리하고 떠나기 위한 마지막 수순인 듯하다. 그동안 사람들이 내는 체험비로 운영을 해왔지만, 구경만 하고 갈 뿐 직접 돈을 들여 도자기 만들기에 나서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는 게 정재남 씨의 이야기다. 이들 부부는 7월쯤 강원도 고성에 들어서는 ‘김하인 아트홀’로 옮겨갈 예정이다.

객원기자 최경애 doongje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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