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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e칼럼

와인의 깊은 세계를 느끼는 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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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테이스팅의 목적

와인을 마시기는 쉽다. 그냥 잔에 따라 마시면 되니까.

그러나 와인 테이스팅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적절한 테이스팅을 위한 도구들과 환경, 와인에 대한 지식과 기억력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감각들을 최대한 열어야만 와인이 주는 묘미를 한껏 즐길 수 있다.

멋진 피카소 그림을 감상할 때, 개인마다 다가오는 느낌은 각자 다를 것이다. 단순히 예쁘다 내지는 독특하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평소 그림에 심취되어 있다면 이들이 보는 피카소의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와 가치 그에 따른 감동과 즐거움은 남다르다. 이것은 음악을 연주하거나 즐길 때에도 그리고 심각하게 음식을 만들 때에도 비슷한 이치가 될 것이다. 우리가 사는데 있어서 이런 남다른 정열은 꼭 필요로 하지 않다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이러한 정열이 결코 헛된 노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면 우리의 삶을 훨씬 더 풍요롭고 여유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와인도 마찬가지 이다. 와인 애호가들은 와인 테이스팅을 통해 와인의 깊은 세계를 알고자 한다. 단순히 술이 주는 즐거움 이상이 이 속에 녹아 있기에 그것에 감동하고 감사한다. 그리고 좀 더 열정적으로 와인을 맛보고자 한다.

진정한 테이스팅은 일상적인 우리 식생활에서 또 다른 차원의 즐거움을 주며 삶에 대한 축배로 바꾸어 놓는다. 테이스팅의 진정한 목적은 와인 속에 녹아 있는 메시지를 읽어 내기 위한 것이다. 가령 세기적인 와인 1961년산 샤또 라뚜르(Chateau Latour)를 테이스팅 한다고 치자. 우리는 이 와인을 통해 1961년 이라는 최고의 빈티지가 준 뜨거운 태양을 상상할 수도 있을 것이며 샤또 라뚜르가 지니고 있는 제왕과도 같은 강인한 기운이 수년간을 거쳐오면서 품어내는 연륜에 감동할 수도 있다. 마치 역사적인 인물을 만난 것처럼. 국내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일본의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의 작가는 자신의 와인에 대한 열정과 창의적인 상상력을 동원하여 와인에 대한 표현을 더욱 아름답게 구사하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테이스팅 기술은 와인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높인다. 이러한 기술들은 간단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필자가 제시하는 몇 가지 스텝들을 잘 따라 한다면 와인 속에 녹아있는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상황을 고려한다. 그리고 모든 와인이 분석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파티장소나 피크닉을 가서 종이컵에 든 화이트 진판델을 두고 와인의 색을 보고 향기도 맡는 등 심각하게 테이스팅을 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전문가들이 하는 테이스팅은 냄새가 없는 조용한 방에서 자연 조명과 함께 흰색 테이블 보를 깔고 테이스팅 전용 글라스에 와인을 따른 후 조용하고 진지하게 테이스팅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절차는 부담스럽다.

즐거운 테이스팅 방법은 편안한 자리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다. 적절한 저녁식사 자리를 잡아 적절한 와인 잔(하단 참고)에 적절한 온도(하단 참고) 의 와인을 서빙 한다. 부드러운 조명과 음악, 편안한 의자 그리고 맛있는 음식들이 있는 자리에서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테이스팅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가볍게 테이스팅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을 찾아 낼 수 있다.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본인 입맛에 맞는 와인이 좋은 와인” 이 최고 라는 것을 염두하자. 주변 와인 애호가이든 와인 전문가이든 이들이 좋아하는 와인에 완전히 얽매일 필요는 없다. 남들이 좋다고 하지만 내 입맛에 맞지 않다면, 그 와인은 나에게 맞는 와인이 아니다. 음식을 예로 든다면, 남들이 이 집의 음식이 맛있다고 하여 본인 입맛에 맞으란 법은 없다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즉, 테이스팅 결과에 대한 정답은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아주 좋은 와인을 묵묵히 홀로 마시는 것만큼 비극은 없을 것이다. 좋은 와인일수록 그 와인을 함께 나누며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이 와인 애호가들이 갖는 공통적인 특성이다. 그래서 우리는 와인을 가지고 사교(社交)적이라고도 말 한다.

가끔씩 와인전문가들이 하는 말이 있다. “와인은 대화의 술이다” 라고. 난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테이스팅의 목적은 단순히 다른 사람들이 설명하는 맛과 향을 와인으로부터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각 능력을 가지고 자신만의 표현법을 개발을 하는 것이며 이를 가지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다.

와인을 통한 테이스팅의 묘미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누었을 때 가능해 진다. 몇몇이 모여 각각 가지고 온 와인을 나누고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와인이라는 술이 주는 즐거움을 더해 더욱 큰 의미의 즐거움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 와인 종류에 따른 와인 글라스의 종류

와인잔에 따라 와인의 훌륭한 맛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격식을 갖추면 더 한층 그 진수를 맛 볼 수 있다. 와인 잔은 크리스탈과 같이 맑고 투명하여야 하며 아무런 색상이나 문양, 장식이 없는 것이 이상적이다. 또한 손자국이나 다른 얼룩이 지지 않고 깨끗해야 와인의 빛깔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가늘고 길쭉한 손잡이는 와인이 잘 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손에서 전달되는 열로부터 와인의 온도를 보존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와인을 충분히 즐기려면 와인의 종류에 따라 제대로 된 사이즈와 모양을 가진 와인 글라스가 필요하다.

◇ 이상적인 와인 온도

와인의 온도는 각기 서빙 되는 온도가 와인종류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레드 와인의 경우는 약간 서늘한 방 온도인 섭씨 16-18도가 좋고 화이트 와인인 경우에는 섭씨 5-12도 정도가 좋다. 가장 이상적인 와인의 온도는 그 와인의 맛을 완벽하게 해 줌으로 아래 서술한 와인 종류에 따른 이상적인 와인의 음용 온도를 참고하기 바란다.

- 진한 맛의 레드 와인인 경우 : 예) 까베르네 소비뇽, 멜로, 쉬라즈인 경우 15-20°C
- 가벼운 맛의 레드 와인인 경우 : 예) 보졸레지역 와인, 피노누아, 레드 버건디 12-15°C
- 드라이 화이트 와인인 경우 : 예) 샤도네, 버건디, 소비뇽 블랑 10-12°C
- 가볍고 달콤한 화이트 와인인 경우 : 예) 디져트 와인류, 샴페인이나 스파클링 와인류 5-10°C

최성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