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페넌트레이스결산>2.상위권 뒤바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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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가는 붉은 꽃 없다」는 옛말처럼 해태가 10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치 못한 것은 올시즌 최대의 이변으로 꼽힌다.
해태는 소극적인 투자와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는 구단행정 등으로 그동안 특출한 스타플레이어들에 의해 유지돼오던 강호의 면모를 잃고 완연한 쇠퇴의 기미를 보였다.
해태는 내야진이 무너지고 공격력마저 터지지 않는 와중에 마땅한 교체선수조차 없어 시즌 초반 하위권으로 곤두박질쳐야 했다.
결국 후반기 저력을 발휘하며 가까스로 4위에 올랐지만 준플레이오프도 성사시키지 못하는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했다.
이는 지나친 자신감 때문에 충분히 효용가치가 있는 선수들까지마구잡이로 트레이드,결국 전력공백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반면 최근 적극적인 투자로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던 태평양은 트레이드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올시즌 농사를 그르쳤다. 태평양은 누구나 인정하는 공격력 보강이라는 지상과제를눈앞에 두고도 지난해 성적에 안주하다 트레이드 시기를 놓치는 우를 범했다.
삼성은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상위권 입상을 노렸으나 김성래(金聲來).유중일(柳仲逸).강기웅(姜起雄)등 부상선수들이 속출한데다 코칭스태프의 무능으로 2년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되는 아픔을 맛봤다.
전통의 강호 한화 역시 OB.롯데의 돌풍에 밀려 하위권으로 추락하는등 쇠퇴기미를 보였다.
반면 김인식(金寅植)감독 부임이후 팀워크를 정비한 OB는 9월 승률만 7할이상을 기록하는 뚝심을 자랑하며 LG의 추격을 뿌리치고 한국시리즈 직행티켓을 따냈다.
김용희(金用熙)감독이 이끄는 롯데도 올시즌 세력판도를 뒤흔든또하나의 주역.
롯데는 1백26경기에서 팀도루 2백20개를 기록하는 발군의 기동력과 마해영(馬海泳).임수혁(任秀爀)등 신예들의 활약으로 전통의 강호인 해태.삼성.한화 등을 물리치고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부상에서 재기한 「탱크」박정태(朴正泰 )는 롯데 돌풍의 진원지.
시즌 막바지까지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던 OB와 LG의 자존심 건 대결도 올시즌 프로야구 최대의 하이라이트였다.
지난해 우승팀 LG는 이상훈(李尙勳)을 내세워 OB전 11승1무6패의 우세를 지켰지만 유지현(柳志炫).송구홍(宋九洪)등 주요 선수가 대거 방위병으로 입대한 공백을 결국 메우지 못하고페넌트레이스 2위에 만족해야 했다.
〈鄭濟元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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