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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차 애널리스트 연봉 5억 요구 “시간 끌면 놓친다, 인재 확보 힘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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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은 올해 경력 직원만 7명을 새로 뽑았다. 이 회사 전체 인원(80여 명)의 10%에 가까운 숫자다. 장 오디베르 사장이 “시간을 끌면 딴 데서 데려간다. 핵심 인재 확보에 총력을 다하라”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A증권사 리서치센터장 B씨는 최근 5년차 애널리스트를 스카우트하려다 포기했다. 최고 수준도 아닌데 연봉과 성과급을 합쳐 4억5000만~5억원을 요구해서다. B씨가 난색을 표하자 그는 “다른 회사에서도 만나자고 한다”며 자리를 떴다.

여의도 증권가에 인력 비상이 걸렸다. 새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회사가 늘었기 때문이다.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 13곳, 자산운용사 12곳이 설립을 준비 중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필요한 인력은 신설사 1900명, 기존 회사 2000명 선이다. 내년엔 1만5000명으로 늘어난다. 이를 신입사원으로만 채울 순 없다. 경쟁사 인재를 빼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신설사의 전방위 공세=지난달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성과급 잔치가 마무리되자 신설사의 공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포문은 현대차IB증권이 열었다. 연초 주가 하락을 정확히 짚어내 유명세를 탄 교보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을 스카우트했다. 이 회사는 올해 20여 명 규모의 리서치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업계선 “현대차IB증권 전화 한 통 못 받은 애널리스트는 별 볼일 없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돈다. 영업인력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기존사의 집안 단속=C자산운용은 지난달 자산관리 컨설팅 전문가를 영입하기로 하고 당사자 동의까지 받았다. 하지만 막상 출근하기로 한 날 “도저히 안 되겠다”는 연락이 왔다. 그의 소속사에서 “회사를 옮기면 업계에 발 붙일 생각 마라”며 압력을 넣었다는 설명이었다. 대신 그는 올해 한 직급 승진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올해 증권가에 유난히 승진 인사가 많았던 건 기존사의 인력 방어전략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각 임원에게 부하직원 단속 책임을 지우고 있다.

골든브릿지증권은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했다. 이 회사 이정원 부사장은 “회사 지분을 가지면 종업원에서 주인으로 신분이 바뀌니 이직할 유인도 그만큼 줄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체계적 인력 양성 절실=증권가 인력 전쟁은 이미 예고됐다. 1999년 ‘닷컴 버블’의 후유증으로 2003~2004년 시장이 침체하자 증권업계는 한꺼번에 인력을 줄이고 키우지 않았다. 필요한 인력은 경쟁사에서 빼다 썼다. 중소형 증권사 L센터장은 “신입사원을 키워 좀 쓸 만하다 싶으면 대형사에서 빼가 허탈했던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예 기업에서 일하던 사람을 데려와 애널리스트로 키우는 회사도 있다.

대신증권 구희진 센터장은 “기업 출신은 재무 쪽만 보강하면 바로 현장 투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만 기업에서 10명을 데려왔다. 증권업협회 황건호 회장은 “긴 안목으로 인력을 키우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철·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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