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Earth Save Us] 버섯 재배에 지하수 돌리는 ‘물커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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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천씨 부부가 버섯 재배사에 설치된 물커튼 옆에서 수확한 느타리버섯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송의호 기자]

경북 칠곡군에서 느타리버섯을 재배하는 배우천(54·가산면 다부리)씨는 겨울철에도 버섯 재배사의 난방용 보일러를 돌리지 않는다. 6일 들른 배씨의 버섯 재배사에는 보일러로 데우는 온수의 공급관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재배사 안 양쪽 벽면에는 지하수가 들어와 순환되는 주름막이 처져 있었다. 이른바 ‘물커튼’이다.

물커튼은 사계절 14도 정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지하수를 끌어들여 이를 순환시켜 겨울엔 난방, 여름엔 냉방을 하는 장치다. 보일러를 돌리느라 기름을 쓸 필요가 없는 공짜 에너지 장치다.

배씨는 칠곡군 농업기술센터의 시범사업으로 지난해부터 200㎡짜리 2개동의 버섯 재배사에서 물커튼을 활용하고 있다. 그는 “보일러를 돌리면 버섯 재배사 한 동에 난방비가 월 50만원 정도 들지만 지난 겨울엔 물커튼 덕분에 지하수 공급용 양수기 펌프에 드는 전기료 1만원 정도만 부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버섯을 키운지 11년만에 가장 많은 수확량을 올렸다고 자랑했다.

이 물커튼 장치는 농촌진흥청 농업공학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칠곡군 금성기계 김명한(54·동명면 송산리) 대표가 개발했다. 4년간 버섯 농사 경험이 있는 김 대표는 물을 분사시켜 온도를 조절하는 수막 재배사의 단점을 개선하려다 물커튼을 개발했다. 수막 방식은 버섯 재배에 악영향을 끼치는 과도한 습도가 골칫거리인 데다 물 낭비도 심했다. 시행착오 끝에 합성수지로 만든 지하수 순환 시스템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창문 없는 환기 시스템도 만들어 모두 특허를 냈다.

물커튼 설치비는 재배사 1동에 300만원쯤 들어간다. 만만찮은 비용이지만 반영구적인 데다 1년 정도 쓰면 투자비를 건질 수 있다. 김 대표는 “물커튼은 밀폐된 돈사나 계사 등 축사에도 응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칠곡군 농업기술센터 주기룡 소장은 “유가 급등 시대 물커튼 사용으로 경영비를 30% 줄이면서도 버섯 농가의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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