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설>달아 높이곰 돋아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춤판 끝에 악마들은 각기 마녀와 동침한다.키스를 두차례 하고나서 반시간 이상 행위를 했는데 그 사정(射精)은 얼음처럼차가웠다.』 드 랑크르가 펴낸 『악마의 무절조(無節操)』라는 저서의 한 대목이다.드 랑크르는 프랑스 남부지방의 마녀사냥에서6백명을 불태워 죽인 재판관이다.
『…마왕과 잠자리를 함께 한 한 마녀는 그의 성기와 정액이 얼음장 같았다고 자백했다.』 『…또 다른 마녀는 다음과 같이 실토했다.…저는 숱한 남자를 겪은 여자입니다만 악마의 거대한 성기엔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제 육신은 번번이 상처입었고,요 홑청은 늘 흥건히 젖었습니다.』 악마와 마녀의 섹스행위에 대한 재판관의 관심과 추궁은 어이없을만큼 진하고 끈질겼다. 성기의 크기와 경도(硬度).정액의 온도와 분량.마녀가 느낀 쾌감의 양상 등등을 시시콜콜히 따지고 자백을 강요했다.그러므로 모든 마녀론은 거의 예외없이 야한 「자백」과 「실화(實話)」로 채워진 외설 문서나 다름없었다.
『나는 목격자다.정녕 믿어지지 않을 테지만 나는 신의 이름 아래 진실을 말한다』고 단호히 전제한 신학자 시니스트라리의 『색마론(色魔論)』은 특히 음란(淫亂)책자를 방불케 했다.1700년에 간행된 이 저서에서 그는 악마와 인간의 여 자 사이에 태어난 인물을 꼽아 보였다.플라톤.알렉산더 대왕.마르틴 루터가그들이라는 것이다.
『…마녀 모임에 처음 참석하여 악마와 동침한 신참 마녀들에겐으레 「마녀 마크」가 찍힌다.토끼.개구리발.거미.강아지 등 갖가지 모양의 마크가 몸의 은밀한 부위에 악마의 손톱으로 찍힌다.』 마녀는 소문에 의해 만들어졌다.
누구 누구가 마녀인 것같다는 뜬소문이 나돌기만 하면 가차없이잡혀 심문을 받았다.심문은 소위 자백을 얻어냈다.이들 터무니없는 자백은 고문에 의해 날조되었고,그 허위 자백에 따라 마녀의몸은 깡그리 뒤져져 마녀 마크 찾기가 강행되었 다.
그러나 마크는 좀처럼 찾아지지 않았고,또 한차례 잔인한 고문이 동원되었다.
『마녀 마크는 마술의 힘으로 가려져 있어 보이지 않는 경우도있으나 그 부위는 무감각하므로 온몸을 바늘로 찔러보면 감각이 없는 부분이 찾아질 것이며,그 부위가 바로 마크 자리다』라는 주장 때문에 바늘 찌르기 고문이 시작된 것이다.
「바늘 찌르기쟁이」가 등장했고,이들은 조합까지 조직하여 그 신종 직업으로 떼돈을 벌었다.마크 하나당 얼마라는 상당한 「발견 요금」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소녀 잔 다르크도 「요술자」「미신자」「악마의 기도사」로 처형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