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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 세계화 개념분리 필요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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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국제화와 세계화는 개념적으로 분리할 필요가 없다.정부가 두용어들이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 정책을 달리하는 양 강조하는 것은 언어를 부패시키는 잘못이다.』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국제화 또는 세계화 개념을 학술적으로 검토한 백종국(白鍾國)경상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의 결론중 하나다.
白교수는 국제화를 다룬 60여건의 국내 학술논문.단행본의 내용을 개념,동인(動因),한국에 미치는 영향 및 대응책,연구과제에 초점을 맞춰 분석한 논문 『국제화시대에 있어서 한국자본주의의 선택에 관한 문헌비평』을 최근 열린 한국정치학 회(회장 유세희)모임을 통해 발표했다.
우선 白교수는 국제화의 개념과 관련,정확한 정의도 내리지 않은 채 국제화를 논의하는 논저들이 많다고 지적했다.정의를 했다해도 「다연적 팽창」「일방성 귀결」등 사전에도 없는 신조어를 남용(박길성 교수)하거나 「탈근대.근대.전근대의 3대세력간 문명간 전쟁」처럼 짐작만 가능한 정도(김호기 교수)라는 것.또한「세계화는 세계화시대의 국가발전전략」이라는 식(대통령비서실)의동어반복 또는 정치적 구호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라고밝혔다. 白교수는 국제화는 인류역사에서 오래된 하나의 과정으로보는 견해(박명규 교수)에 동조하면서 여기에 80년대 이후의 특징을 첨가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개념화 작업일 것이란 의견을피력했다.그에 따르면 현실주의적 정의(윤영관 교수.이 내영 박사)나 마르크스주의적 정의(장상환.염무웅 교수)모두 이러한 국제화의 역사성과 보편성에서는 취약한 부분이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화의 동인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도 미흡하기는마찬가지라는 것이 白교수의 평가.
그에 따르면 많은 국제화문헌들이 기술발달을 주요 동인으로 꼽고 있으나(윤영관.박길성.최병선 교수)이는 서구 미래학자들의 견해를 반영한 것으로 산업혁명등 줄곧 있어 온 기술발달의 영향을 간과하는 잘못이 있다는 것.또 『미국의 전후 헤게모니 쇠퇴와 자본의 국제화가 국제화의 동인』(박복영씨)이란 설득력 있는설명도 「신보호주의」나 「국제투기자본」에 대한 고려가 보충되어야 한다는 것이 白교수의 의견.그는 극도의 민족국가적 경쟁이 국제화의 진정한 요인이란 점을 강조 했다.
국제화의 영향에 관해서도 많은 학자들이 한국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 민족국가소멸론(정규석 교수.공유식씨)은 세계인이 창조되고 있다든지 전지구적 역사문명이 개화되고 있다든지,하는 식으로 왜 그런지에 대한 설득이 결여된 상태라고 얘기했다.
국제화대응책으로 강조되는 국가경쟁력도 본질적으로 국제시장에서자국의 상품이 상대적 우위를 점유할 수 있는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학술용어인 「수출경쟁력」이나 「비교우위」와차이가 없는 정치적 용어라 한다.심지어 정부의 국가경쟁력 캠페인은 「국제화는 국경없는 시대의 도래」(공보처)란 정의에 비추어 보면 정부역할이 불필요한 시대에 정부역할을 강조하는 모순을보이고 있다는 것.
문헌비평이란 형식상 다른 학자들의 논저에 어쩌면 신랄해 보이는 비평을 가하긴 했으나 白교수의 작업은 국제화의 방향정립을 위해 바람직한 것은 물론 논평 부재의 우리 학계에 건전한 논쟁거리가 될 듯하다는 평이다.
金成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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