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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회관 ‘이념형 동아리’ 방 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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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여야 국회의원들의 입법 연구 동아리에도 ‘실용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18대 국회 개원(6월 5일)을 한 달 앞두고 국회에선 의원 연구단체의 구성원을 모집하기 위한 의원들 간 물밑 접촉이 한창이다. 17대 국회에서 크게 늘었던 노동·통일·과거사 등 ‘이념형’ 모임은 소속 의원의 대거 낙선으로 연구단체 재등록이 어려워졌다.

반면 경제와 지역 현안을 주제로 한 ‘실용형’ 모임은 신규 회원 모집이 순항 중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대학에서 이념 동아리들이 사라지고 취업과 투자 관련 모임이 그 자리를 대신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새내기 모집에 가장 적극적인 모임은 ‘시장경제와 사회안전망 포럼’이다. 17대에서도 ‘중도 실용’을 테마로 활발한 연구와 법안 발의 실적으로 지난해 ‘최우수 연구단체’에 선정됐던 모임이다. 공동대표인 한나라당 임태희, 통합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3선에 성공해 양당의 실세로 부상하면서 더 힘을 받게 됐다. 한나라당 나경원, 민주당 우제창·전병헌 의원 등 핵심 멤버들도 모두 18대 국회로 돌아왔다.

새로 생기는 모임의 테마도 실용이 대세다. 가장 먼저 결성된 단체는 민주당 최인기 의원이 주도해 혁신도시 사업 대상 지역의 여야 의원 14명이 가입한 ‘혁신도시 건설 촉진 모임’이다.

최 의원 측은 “새 정부에서 혁신도시 사업이 후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서둘러 모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장선 의원과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이 추진 중인 ‘에너지·식량·자원포럼’도 최근 심각해진 세계적인 식량난과 자원확보 경쟁 등 시류에 걸맞은 모임이라는 평가다. 이미 가입 희망자가 20명을 넘어섰다.

‘이념형’ 모임의 퇴조는 뚜렷하다. 민주당 이화영 의원과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이 대표인 ‘한민족 평화네트워크’, 제주 4·3 특별법 개정 등 성과를 냈던 ‘과거사 청산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과 민주노동당 의원 주축의 ‘노동기본권 실현 모임’ 등은 소속 의원들의 대거 낙선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과거사 청산 모임에 들었던 한 민주당 의원은 “과거사 위원회 통폐합 등 대응할 현안들이 남았지만 같이 하겠다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자칫 경제와 산업을 모르는 과거 지향적 인사로 비쳐질까 망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세 중심의 ‘친목형’ 모임들은 주도 인사의 거취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대표였던 ‘국회문화예술연구회’는 대를 잇기 어렵게 됐고 ‘대중문화와 미디어 연구회’를 이끌던 김덕룡 의원은 18대 당선자 중 후임자를 찾고 있다.

임장혁·정강현 기자

◇의원연구단체=국회의원이 입법 활동을 위해 관심 있는 분야를 연구할 수 있도록 94년부터 국회사무처가 활동비를 지원하기 시작한 원내 여야 공동 소모임. 2개 이상의 교섭단체 소속 의원 12명 이상이 가입해야 연구단체로 등록할 수 있다. 한 명의 의원은 1개 단체의 대표가 될 수 있고 3개 이내의 단체에 가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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