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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PLO 자치협정 가조인의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간 팔레스타인 자치확대 협정 체결은 무엇보다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탄생의 초석(礎石)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비록 아직까지 완전치는 않지만 94년 5월부터 자치를 시작한 3백여평방㎞의 가자지구보다 무려 20배나 넓은 서안지구(5천8백평방㎞)가 팔레스타인의 손에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정부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안전을 위해서안지역은 물론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영향력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는 있지만, 팔레스타인과 영구적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자치국가 건설을 허용하지 않을수 없 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번 협정체결은 팔레스타인 문제의 궁극적 해결을 위한진일보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이-팔레스타인 2단계 자치확대협정이 앞으로 순조롭게 이행될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시각도 많다.무엇보다 서안지역,특히 헤브론市의 이스라엘인 정착민 문제가 언제라도 양쪽간 유혈사태를 불러일으킬 시한폭탄이기 때문이다.
1년 넘게 팔레스타인 자치가 시행돼온 가자지역의 경우 67년이후 자리잡은 5천여명의 이스라엘인 정착민들이 한 지역에 몰려살고 있는 반면 서안지역에는 12만명이 흩어져 살고 있다.특히헤브론에는 4백여명의 이스라엘인들이 아랍인 밀 집거주지역에 섞여살고 있어 매우 심각한 위협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 지역 치안을 맡게 될 팔레스타인 경찰이유대인에 대해 발포(發砲)라도 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발전할 공산이 크다.게다가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과격단체들은 이번 협정을 굴욕으로 받아들이고 본격적인 무장 투쟁을 벌이겠다고 발표,또다른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그동안 서안지역 반환을 줄기차게 반대해온 이스라엘우익 리쿠드黨이 내년 총선에서 집권하면 이번 협정을 일방적으로폐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협정이행도 불투명한 현실이다.
이번 서안지역 반환과 자치확대가 순조롭게 이뤄지더라도 이-팔레스타인의 항구적 평화정착에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런던=南禎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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