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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서 농부가 광우병으로 죽었다” 댓글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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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 4일 배우 김민선씨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어제 울산에서 농부 한 분이 광우병으로 사망했다”는 댓글이 올랐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이 글은 여러 포털 사이트에도 게재됐다. 심지어 광우병 소가 수입돼 서울 지역의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글도 있었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은 아직 재개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 인간 광우병이 발생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2. 3일 인터넷에선 한·미 양국 정부가 쇠고기 수입 협상을 하고 작성했다는 ‘협정문’이 나돌았다. 미국 정부 사이트에서 어렵게 입수했다는 설명이 붙었다. 이 문건은 한국어로 번역돼 수입 반대 사이트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됐다. 밀실 협상 내용이 드러났다는 주장과 함께다. 그러나 이 문건은 22일 농림수산식품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농림수산식품부 고시 제2006-15호) 개정안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밝혔지만, ‘광우병 괴담’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터무니없는 헛소문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정부 해명은 어렵고 두루뭉술한 데 비해 괴담은 사실이 아닌데도 구체적이고 자극적이어서 훨씬 호소력이 크다.

이상길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단장은 “근거 없는 주장이 돌고 있다”며 “불필요한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켜봐 왔지만 앞으로 인터넷 괴담에 대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확산되는 괴소문=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협상 직후부터 인터넷은 광우병에 대한 논란으로 뜨거웠다. 처음에는 광우병에 대한 우려와 수입 재개를 반대하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확률이 낮다 해도 만의 하나라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수입은 안 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글이 꼬리를 물면서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모두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라는 식으로 변질됐다. ‘한국인이 미국 사람보다 광우병에 더 잘 걸린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불안감은 더 커졌다. 급기야 4일에는 광우병 환자가 발생했다는 유언비어까지 나왔다. “한 명이 광우병에 걸리면 주변 사람 모두에게 전염된다” “수돗물을 통해서도 감염된다” “미국에선 미국산 쇠고기를 안 먹는다”는 식의 비과학적이고 근거 없는 글도 걸러지지 않고 떠돌고 있다. 또 30개월 이상 된 소의 뇌·척수가 포함된 사료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미 정부의 광우병 관리 강화 조치는 오히려 “미국에서 개 사료로도 안 쓰는 쇠고기를 한국이 수입한다”로 둔갑됐다.

괴담이 확대 재생산되는 것은 정부가 초기 대응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소의 광우병이 문제 된 지 4년여가 지났는데도 정부는 국민의 불안을 말끔히 씻어 줄 만큼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축적하지 못했다. ‘한국인이 더 잘 걸린다’는 한림대 논문에 대한 정부 대응이 허술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국 소를 전수 조사해 확보한 데이터를 국민에게 알리고, 과학적 근거를 앞세워 미국과 협상한 일본과도 대조적이다. 처음부터 협상 내용을 상세히 공개하지 않은 것도 네티즌의 의혹을 키웠다. 정부는 7일 국회에서 한·미 간 협정문의 상세한 내용을 추가 공개할 계획이다.

◇오해와 정부 해명=인터넷에서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미국 쇠고기는 모두 광우병 쇠고기’라는 낭설과 ‘한국 사람은 광우병에 더 잘 걸린다’는 주장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모두 근거 없는 얘기”라고 일축한다. 미국에서 사육되는 소는 연간 1억 마리가 넘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견된 광우병 소는 3마리다. ‘미국 소가 곧 광우병 소’는 아닌 것이다. 이상길 단장은 “미국은 광우병 위험을 충분히 통제하고 있다”며 “미국 소의 97%는 20개월 이전에 도축되는데 사료비를 더 쓰면서까지 일부러 30개월 넘게 소를 키워 한국에 수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또 “미국인뿐 아니라 200만 재미동포가 미국산 쇠고기를 아무런 이상 없이 먹고 있다”며 “우리가 곰탕·설렁탕을 먹듯 미국도 쇠뼈를 우려내 수프나 파이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또 인터넷에 떠도는 광우병 소 동영상의 상당수는 전기충격 때문에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소라고 설명했다. 치매 환자의 상당수가 인간 광우병 환자라는 주장에 대해 양기화 대한의사협회 연구조정실장은 “두 병은 완전히 다른 병”이라고 말했다.

김영훈·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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